추석 명절과 고향
추석 명절과 고향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3.09.22 2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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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이번 추석도 그랬다.

둥근 보름달도 어김없이 떠올랐다. 쟁반같은 둥근달 만큼이나 풍성하기도 했다. 지속된 경기침체와 상관없이 차림은 넉넉했다. 명절을 맞는 우리의 정서가 그렇게 풍성하게 만든다. 그 어느때보다 힘든 여름을 보내서인지 올 추석은 안식과 고향의 푸근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올 추석연휴는 주말까지 이어지면서 5일동안 충분하게 쉴 수 있었다. 길어진 연휴 민큼 고향을 찾은 이들의 마음까지도 넉넉했다. 도시의 일상과 업무에 지쳐있던 이들이 고향에서 심신을 치유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고향에서 바라보는 보름달은 찌든 도시에서의 모든 시름도 잊게 만든다. 고향의 보름달은 그런 느낌을 준다. 선물보따리를 풀어놓고 둘러앉은 가족들의 마음은 가을 들녘 같은 풍요로움이 넘친다. 오랜만에 손주의 재롱을 지켜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입가엔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그 뿐인가. 가족의 사랑과 넉넉한 고향의 정이 가득한 보름달 아래서 나누는 술잔은 힘겨웠던 일상의 시름을 잊게 한다. 녹록지 않은 경제상황이지만 차례상 만큼은 풍성하게 차려진다. 이를 보는 가족들의 마음도 덩달아 풍성해 진다. 조상을 기리는 마음과 가족의 정은 변함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차례를 올리고 성묘를 마치면 다음 명절을 기약하며 되돌아갈 준비를 한다. 일상으로의 복귀를 서두르는 것이다.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어머니는 쌀과 과일, 볕 잘드는 장독대에서 숙성시킨 된장과 고추장까지 아낌없이 담아 자식들을 위한 보따리를 만든다.

떠나는 보따리엔 어머니의 정이 담기고 떠나는 자식들의 마음엔 아쉬움이 뭍어난다. 도시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자식들은 어머니의 마음과 고향의 정을 뒤로하고 무거운 발길을 돌린다. 애써 웃으며 손 흔들어 보아도, 보내는 사람도 떠나는 사람도 못내 아쉽기만 하다.

아쉬움과 푸근함이 뒤섞인 귀경길. 추석연휴 첫날 고향을 찾을 때보다 돌아오는 손은 더 무겁다.

어머니가 골고루 나눠주신 명절 음식을 비롯해 쌀, 잡곡, 김치, 된장, 고추장 등이 몇개의 보따리를 이룬다. 마련했던 선물 보따리보다 몇배가 많다. 어머니의 정성이 그득하다. 돌아가는 손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고향의 온기를 품고 돌아가는 사람들은 고된 귀경길에도 하나같이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고향의 넉넉함에 모두가 마음만은 푸근하다.

이처럼 고향과 가족은 힐링이다.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고향은 마음에 평안을 준다. 다시 힘을 얻게 된다.

특히 한국 사람들은 고향과 어머니를 더욱 정겹게 느낀다. 명절이면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가는 길이 멀고 힘들어도 너나할 것 없이 찾아가는 것을 보면 그렇다. 고향은 기별없이 찾아가도 반갑게 맞아준다. 그리고 기꺼이 회포를 풀 수 있는 넉넉함도 충분하게 허락한다.

타지에서 외롭거나 몸이 아프면 더욱 고향이 그립다. 엄마가 떠오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고향은 엄마의 품과 같다고 한다. 고향은 늘 그 자리에 있다. 고단한 삶을 잠시 내려놓고 쉴 수 있는 곳도 그곳이다. 고향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권력과 부와 명예 조차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고향은 그렇다.

이런 고향을 60여년간 가보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북에 가족을 두고 온, 가고싶어도 가지 못하는 실향민들이다. 60여년을 그리워하며 지냈던 고향, 그 곳에 남아 있는 가족들을 사무치도록 그리워했다. 이들에게 고향은 사무침이다.

북한이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불과 나흘 앞두고 돌연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고령인 이산가족들이 생전에 혈육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짓밟은 것이다. 안타깝기 그지 없다. 이산가족 상봉은 정치·군사와는 무관한 인도주의적 차원의 문제다. 그저 고향과 그곳의 가족 얼굴 한번 보자는 것 뿐이다. 60여년의 그리움을 털어보자는 것이다. 조속히 이산가족 상봉 회의를 재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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