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발언대
교사발언대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9.05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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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람 음악 교실을 꿈꾸며
김 은 옥 <청원 내수초 교사>

"오늘은 음악 대신에 수학 진도를 나갑니다."

"에이."

"우."

고등학교와 대학 시절에 음악을 전공한 나이지만 중초교사로 발령 받은 후 담임을 맡게 되면서 음악 시간은 중요 교과라 불리는 수학과와 국어과를 보충하는 시간으로 써 버리곤 했다.

나는 4년 전 모교인 내수초등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학교에 음악실이 있었지만 아름다운 음악소리는 전혀 들을 수 없는 창고와 같은 곳이었다.

먼지만 가득한 채 잠들어 있던 음악실을 내가 지난해 음악 전담을 맡으면서 깨우게 되었다.

"오늘은 '아침 해' 노래를 배울 거예요. 책 펴세요."

"뜬-다 뜬다 해가 뜬다."

"뜬-다 뜬다 해가 뜬다."

아이들이 더위에 지쳤는지 의욕 없이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

"책 덮어요."

꾸중을 들을 줄 알고 아이들은 숨을 죽인 채 책을 덮었다.

"자, 지금부터 물총 노래방을 시작합니다!"

나의 엉뚱한 제안에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을 들어 나를 바라봤다.

분단별로 한 소절씩 부르는 물총 노래방이 시작되었다. 책 없이 부르는 지라 아이들은 실수 연발이었다.

덕분에 난 아이들에게 신나게() 물총을 쏘아댔다. 시원하다고 더 뿌려 달라는 아이,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는 아이, 쫓아가며 쏘아대는 나.

음악실은 노래 부르는 소리, 비명()을 지르는 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아마 다른 사람이 음악실에 들어왔다면 수업은 안 하고 웬 장난이냐며 꾸중을 하였을 것이다.

그렇게 1시간 동안 책 없이 신나게 노래를 배웠다. 아이들은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갔다고 아쉬워하며 다음에 또 하자는 약속을 남기고 음악실을 나갔다.

물총 노래방을 하고 나서 우리의 아이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졌다.

요즘은 재미있는 것들이 가득한 세상이어서 그런지 아이들은 동요나 클래식, 국악을 배울 때면 시시해 하거나 지루해 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좀더 흥미 있게 동요를 가르치거나 클래식이나 국악을 들려주는 것이 나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나 학원, 집에서 쉴 새 없이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잠시나마 쉴 틈과 함께 웃음을 주는 신바람 나는 음악교실을 이루는 것이 지금의 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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