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이 나쁜 언론을 가려내겠다면 방법은 있다
공무원들이 나쁜 언론을 가려내겠다면 방법은 있다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13.09.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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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세계조정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가 언론의 비판을 ‘악성’으로 규정하며 충북도청 전 직원들에게 해당 기사를 클릭하지 말 것을 종용하는 문자를 보냈다가 뒤늦게 구설수에 올랐다.

문제의 문자는 ‘악성기사 클릭금지’라는 제목으로 행사에 관한 비판기사는 보지도 말고 얘기도 말라고 주문했다는 것이다.

비판을 생명으로 하는 언론이 졸지에 상대해서는 안 될 ‘나쁜 놈’, 왕따가 된 것이다. 조직위측은 하급직원의 과욕에서 비롯된 해프닝이라고 해명했다지만 언론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해프닝이 아니라 핵포탄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다. 일개 직원이 했다고 여기기에도 영 개운치가 않다.

이번 사안의 성격으로만 본다면 언론은 이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홍보기사만 써야할 판이다.

사람들에게 읽혀야 살아남을 수 있는 언론으로선 더이상 설 땅이 없다. 물론 백번 양보해 한 직원의 과잉충성이 부른 해프닝이라고 치부하더라도 공직자가, 그것도 아주 공개적인 세계대회를 수행하면서까지 비판에 귀를 닫겠다는 처사로밖에 안 보여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어떤 성격이든 큰 행사를 치르다 보면 어느 정도의 논란과 잡음은 있을 수밖에 없고 이번 충주세계조정대회도 마찬가지다. 대회는 성공적이었지만 운영면에선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다.

특히 아쉬웠던 것은 조직위가 지역 언론을 홀대하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지역 언론은 행사의 일그러진 면을 강도있게 적시하는 바람에 모처럼의 국제행사를 도민축제로 승화시키는데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더 냉정하게 말한다면 이번 조정대회의 홍보전략은 실패했다. 비록 조정이라는 경기가 다른 인기종목에 비해 원천적으로 흥행성이 떨어지는 핸디캡을 갖고 있지만 조직위가 그렇게 공들인 전국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언론 역시 대회내내 “두고 보자”는 식의 박탈감을 불식시키지 못해 이로 인한 괴리감이 컸다.

때문에 쏟아부은 돈만큼 이곳 충북에 대한 대외홍보는 물론이고 도지사와 충주시장의 낯내기(?)에도 손해를 봤다는 게 중론이다. 도민들 중엔 그런 행사가 있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당연히 충북도의 입장에선 전체를 못보고 소소한 곁가지만을 문제삼아 언론이 비판을 남발했다고 불평할 수 있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모든 비판의 출발은 곁가지에서 시작되고 이것들이 모여 나무의 본체까지도 뒤흔든다는 사실이다. 대회 초기 언론의 작은 비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결과가 결국 끝나고 나서까지도 잡음을 일으키지 않는가.

공무원들이 악성기사를 쓰는 ‘나쁜 언론’을 꼭 가려내겠다면 앞으로는 언론의 비판에 경기를 일으킬 게 아니라 언론의 이러한 일탈에 주목하기 바란다. 우선 우리국민을 70년대 수준으로 알고 대한민국 전체를 빨갱이 정국으로 몰고 가는 저 못난 언론들이 해당된다. 이석기에 대한 단죄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이를 악용해 위기를 벗으려 저들이 안달하는 ‘이념의 총질’을 개탄하는 것이다.

언론을 내세워 사주가 사익을 도모하고 개인사업의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행태도 나쁜 언론의 전형이기에 이 곳의 기사는 안 보는 것이 차라리 낫다. 이러한 언론은, 비판기능을 상대를 겁박하고 제압하는 수단, 바로 전가의 보도로 활용하며 행세하려 든다.

비판은 쓰기만한 독이 아니라 달콤한 열매를 기약케 하는 약이 된다. 어떤 조직이나 사람도 비판에 의연하지 않으면 반드시 병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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