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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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우영 <작가. 한국문인협회>
  • 승인 2013.07.10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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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의 에세이-우리말 나들이
김우영 <작가. 한국문인협회>

“이게 무슨 축제람? 저 도시에서 하던 그 내용 그대로 이곳에서도 하네?” “저 것 봐? 똑 같은 포장마차와 노래자랑이랍시고 흔들어대는 꼴을 보라구!”

위의 대화는 인근 축제장을 다녀온 사람들의 말이다. 이 뜻은 우리에게 의미깊은 숙제(!)를 던져주고 있다. 늘 축제장을 가보면 주변에 몰린 포장마차의 먹거리 일색, 노래자랑과 무대주변에서 멋대로 흔드는 춤꾼이 있다. 이 외에도 판에 박은듯한 프로그램과 불법 주·정차와 바가지 상혼, 흥청망청 무질서 등은 우리가 그간 보아온 축제장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축제(祝祭)는 어떤 집단이 축하해야 할 즐거운 여흥을 갖는 것을 말한다. 또는 제전(祭典)이라고 하며 영어로는 페스티벌(Festival)이다. 본래 축제가 우리나라에 정착하기까지는 일제식민지시절 진해벚꽃축제 등을 개최하며 들여온 마쯔리(まつり.일본 3대 축제. 칸다마쯔리 기온마쯔리 텐진마쯔리)에서 확산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예전의 축제는 축하와 제사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서, 어떤 날을 기념하고 축하를 위해 베푸는 집단적인 잔치마당 또는 한마당이었다. 근래에는 ‘축전’이란 말로 순화하여 축하행사를 하는 지방이 늘어나고 있다. ‘축제’라는 말이 비록 일본어 마쯔리에서 파생되었다고 하지만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사용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의 한글 표준어 규정에서는 어원에서 가까워진 형태로 굳어져 널리 쓰이는 말은 그것을 표준어로 삼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정착되면서 전국 광역단체와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앞 다투어 각종 축제를 유치 개최하고 있다. 축제를 개최하면 관람객이 몰려와 그 지방 브랜드를 홍보하는 한편, 지역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축제=돈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것이다.

축제는 그 지방의 역사와 문화, 환경 등을 품격높게 조합한 내용이어야 한다. 즉 지방마다 차별화된 문화컨텐츠를 개발해야 축제가 성공하여 돈으로 연결된다. 축제가 성공하려면 근시안적 상업성을 배제하고 지역의 전통성과 역사성에 기초하여 철학과 품격높은 특성화로 절묘하게 구성되어야 한다.

성공적인 세계 명품축제는 오랫동안 그 명성을 유지하며 개최되고 있다. 매년 3월이면 4일동안 밤낮없이 수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몸을 흔들어대는 정열의 브라질 ‘리우 삼바축제’가 있다. 또 따사로운 가을 햇볕아래 3천여명이 한꺼번에 거리 천막술집에서 마시는 독일 ‘뮌헨의 맥주축제’, 동남아 일대 인종전시장을 연상하게 하는 태국 전통의 ‘치앙마이 대형축제’, 도로위에 막 뿌려진 토마토로 온몸을 샤워하듯 수 만명의 젊은이들을 광란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스페인 ‘부뇰 토마토 축제’. 가까운 일본의 ‘삿포로 눈꽃 축제’는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하면서 일본을 세계로 알리는데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명품축제는 있다. 국제도시로의 도약을 위한 수도 서울의 ‘하이 페스티벌 축제’, 전북 무주의 ‘반딧불 축제’, 전남 함평의 ‘나비축제’ 등이 그 예이다. 그리고 충청권의 ‘세계금산인삼엑스포 축제’, 백제유민의 전통적 수공예작품 ‘한산모시축제’, 시원한 서해바다를 끼고 펼쳐지는 ‘보령 머드축제’가 있다. 

또 독일의 철학자 니이체는 ‘쾌활하고 기분좋은 삶, 창조적 유희의 즐거움’을 디오니소스의 이름으로 축제를 찬미하고 있다. ‘축제’를 그리스어로 직역하면 ‘신에 대한 사랑의 증명’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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