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SNS 파문 유감
기성용 SNS 파문 유감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3.07.07 2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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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부국장<천안>

2011년 1월 25일 아시안컵 축구대회 4강전이 열린 카타르 알가파르 스타디움. 박지성이 페널티킥을 얻자 기성용이 숙적인 일본의 골문에 통쾌한 슛을 성공시켰다. 1대1 동점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어 기성용의 골 세레모니가 터졌다. 논란이 됐던 그 유명한 원숭이 세레모니였다. 그는 턱을 아래로 내려 얼굴을 길게 만들고 혀를 인중 밑에 넣은 ‘원숭이’ 표정을 지으며 뛰어가서 한 손으로 얼굴의 볼 위, 아래를 긁는 특유의 ‘원숭이 흉내’로 골 세레모니를 했다. 일본인을 비하하는 뜻의 다분히 의도된 동작이었다.

반응이 뜨거웠다. 독도와 역사 왜곡 문제로 우리 국민의 반감을 샀던 일본이기에 통쾌했다는 의견도 있었고 스포츠맨으로 해서는 안되는 행위였다는 비난도 쏟아졌다.

경기 후 그는 “관중석의 욱일승천기를 보는 내 가슴은 눈물만 났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려 당시 세레모니가 의도된 것임을 시인했다. 경솔한 행동이었다는 비난이 일자 다시 트위터에 “(나는) 선수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입니다”라고 다시 글을 올려 정당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체로 여론은 그에 대해 경솔한 행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애국심은 알겠으나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는 게 중론이었다.

그로부터 1년 6개월 후.

이 혈기방장한 젊은 축구선수가 또 한 번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가 자신의 SNS 비밀계정(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대중에 폭로됐다. 내용은 충격적이다.

지난해 2월 쿠웨이트와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을 앞두고 “고맙다. 내셔널리그 같은 곳에서 뛰는데 대표팀 뽑아줘서”라는 글을 올렸다.

최강희 감독이 자신을 대표팀의 일원으로 선발한 것에 대해 감사는커녕 비아냥댔다. 최 감독이 “(기성용이 뛰는) 스코틀랜드 리그는 팀 간 격차가 크다. 셀틱 빼면 내셔널리그(국내 2부리그)와 같다”고 말한 인터뷰 내용을 비꼰 것이다. 한술 더 떠 쿠웨이트와의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는 “쿠웨이트전은 나랑 주영이형의 독박무대가 되겠군 ㅎ 잘하면 본전 못하면 아주 씹어 드시겠네~~ㅎㅎ”라는 글을 올렸다. “소집 전부터 갈구더니 이제는 못하기만을 바라겠네 님아 ㅋㅋㅋ 재밌겠네 ㅋㅋㅋ”라는 글도 덧붙였다.

모두 최 감독을 겨냥한 말인데 축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30년이나 대선배이자 국가대표 감독을 겨냥한 비난의 수위가 상식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비밀계정에 올린 글 말고도 이미 그는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도 이미 한 차례 논란거리가 될 만한 글을 올렸다가 비난을 받았다. 지난달 초 “리더는 묵직해야 한다.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을 적으로 만드는 건 리더 자격이 없다”는 글을 올렸다. 물론 최 감독을 겨냥했다.

이런 그에 대해 지난 주말 대한축구협회가 징계위원회 회부를 검토 중이라는 뉴스가 전해졌다. 착잡하다. 장래가 촉망되는 한 젊은 축구선수의 치기 어린 실수로 치부하기엔 너무 파장이 컸기에 온 국민이 협회의 결정을 주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가 한국 축구계에서 매장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그냥 넘어가서도 안된다.

위계 속에 기강이 서야 하는 국가대표팀에서 항명 파동을 일으켰는데도 사과문 한장(그는 5일 사과문을 발표했다)으로 흐지부지 대과를 용서한다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모든 선수들에게 교훈이 될만한 따끔한 징계,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진정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당사자의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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