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하나
섬 하나
  • 한명철 <인형조각가>
  • 승인 2013.07.02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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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조각가 한명철의 손바닥 동화-길우물 이야기
한명철 <인형조각가>

“나와 바다 사이에 섬이 있다” 라는 로맨틱한 말처럼, 섬은 홀로 있다는 것 때문에 늘 우리에게 애틋함과 따뜻한 느낌을 준다는 생각입니다.

섬 하나. 이때껏 한 국내 여행 중에 인상적인 것을 하나만 꼽으라면 2박 3일간 다녀온 흑산도 여행입니다.

다산 정약용이 형님 정약전과 함께 유배를 가게 되었을 때 다산은 강진으로 형 약전은 흑산도로 유배를 떠나게 됩니다. 정약전은 이곳에 살면서 동생 다산과 학문을 통한 깊은 형제애를 나눕니다.

흑산도 여행은 섬 흑산도 사리에 ‘자산어보’란 책을 쓴 정약전 선생이 머물던 서당 겸 집이 잘 복원되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오직 그곳만을 목표로 찾아간 길이었습니다.

자그만 동네 항구에 동네 배 몇척이 동동 떠 있고, 비탈진 곳에 조개처럼 붙어 있는 집들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관광지가 아니라서 이장님댁 사랑방에 숙박을 하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걸었지요. 선생이 동생을 그리워하며 앉았던, 바다를 향한 동산 위의 넓적한 바위에 앉아 그냥 바다를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아름드리 동백나무 가득한 당산나무 아래에선 낙엽에 누워 지천인 제비가 날아오르는 하늘을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아무런 계획없이 빈둥거린 사흘은 내 삶에서 보석처럼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어두운 흑자가 싫어 같은 뜻의 자(玆)산어보라고 했다는 정약전 선생. 책을 남긴 빛나는 영혼을 만날수 있는 섬, 흑산도. 혹여 잃어버린 자신을 찾고자 하면 그 섬으로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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