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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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우영 <작가. 한국문인협회>
  • 승인 2013.06.2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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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의 에세이-우리말 나들이
김우영 <작가. 한국문인협회>

내가 책과 친해지기는 중학교 2학년 때다. 집과 학교 통학길 손에서 책을 떼지 않고 읽을 때이다. 오죽해야 그 당시 별명이 ‘우영 책벌레’였다. 학창시절 흰 블라우스에 쑥색바지를 입으신 예쁜 국어선생님이 숙제를 내었다. 시를 한 편씩 써 내라는 것이었다.  

난 거침없이 ‘길’이란 시를 써서 제출하였다. 왜냐하면 학교 다닐 때 집에서 학교까지는 4km거리였는데 매일 왕복 8km를 걸어 다녔다. 논둑길, 재 너머, 숲길, 기찻길, 역전길 등을 거쳐 가는 이 길을 다니며 늘 생각했던 터라 ‘길’이란 시가 쉽게 나왔다. 숙제를 보신 선생님은 머리를 쓰다듬으시며 말씀하셨다. “으음 싹수가 보이는구나. 잘 노력하여 훌륭한 작가 되거라.”

무명의 어린 소년에게 힘을 실어주시던 쑥색 바지에 하얀 치아와 보조개가 고왔던 여선생님. 지금은 어디쯤의 길을 따라 가고 계실까. 아마 연세로 보아 초로의 할머니가 되셨을 터인데…. 

그 후 용기가 백 배 충전해 책과 만나는 일은 계속되었다. 유명한 시인 작가들의 책을 보고나서 우쭐한 기분으로 시와 소설을 써 보았다. 스무 살이 되기까지 책과 만나며 삶에 대한 회의와 허무, 사랑, 갈등, 희망이 반복되는 어설픈 나날을 보냈다. 방황과 허무의 늪을 넘나들며 문학청년의 젊음을 고독하게 탐닉하고 있었다. 무명의 문학청년시절 데칸쑈(데카르트, 칸트, 쇼펜하우워) 이론에 빠져 암담했던 그 때 그 시절 자살의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

앞길이 암담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던 시절 나를 구해준 구원투수는 단연코 책이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이란 숲에 쌓여 행복한 독서로 살아가고 있다. 

슬하의 자녀 셋에게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권장했다. 일찌기 젊어서부터 책의 위력을 체험한 나는 ‘독서현장 직불제’를 도입 가정교육으로 실천하였다. 어떤 책이든 읽고나서 독후감을 제출하면 동화책은 500원, 만화책은 300원을 즉석에서 지급하는 제도였다.

그러자 아이들이 처음 1주일 정도는 1~2권 정도 읽다가 나중에는 하루에 몇 권씩 책을 읽고 독후감을 가져와서는 돈을 달라고 했다. 하루에 책 10권이면 몇 천원 수입, 그 돈으로 과자를 사먹는 등 재미가 붙은 것이었다. 

이렇게 많은 독서와 독후감을 쓰던 우리집 아이들이 초 중 고등학교를 다니며 전교에서 웬만한 상을 휩쓸고 있었다. 이는 바로 ‘독서현장 직불제’의 성공이었다. 교육학에서 말하는 ‘동기부여’이다.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과정동기’를 부여하여 성공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우리집은 전국의 문인(3만여명)이 보내주는 책이 이틀에 한 권 정도가 된다. 나는 이 책을 꼭 읽고 회원들한테 답장을 해준다. 왜냐하면 나도 책을 출간하는 작가입장에서 한 권의 책을 내는 일이 힘들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월 나의 독서량은 15권, 일 년이면 180여권이 된다. 이 독서량을 보고 주변에서는 놀란다. 그 많은 책을 언제 그렇게 읽느냐는 것이다. 물론 나는 ‘독서속독법’을 읽혔기에 책 한 권 읽는데 1~2시간이면 가능하다. 

책은 손에 잡히거나 팔 안 지척에 있어야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거리를 벗어나면 이것은 책이 아니고 진열품에 불과하다. 우리집은 온통 책으로 둘러싸여 있다. 침대 머리맡과 안방, 거실, 부엌, 화장실 등을 책으로 도배하다시피 한다. 즉 집안 어디에서나 손만 뻗치면 책을 만날 수 있다는 얘기이다.

미국 빌 게이츠(Willian H. Gat es)는 시애틀 출신의 하버드대학 박사이자 마이크로소프트사 CE O로서 재산 46조원을 가진 세계 갑부이다. 오늘날 빌 게이츠를 만든 것은 동네 작은 도서관이라고 한다. 빌 게이츠는 책 읽는 습관을 하버드대학 졸업장보다 더 중요하게 여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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