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옥 <다정갤러리 대표·시인>
아침 식사 전에 언덕위에 크와마드 왈라 산장구경을 간다. 예약이 잘못되어 묵지 못해 아쉬웠던 로지다. 가파른 길로 차를 몰아 10여분을 올라가니 언덕 경사면 끝부분에 지어진 로지는 푸른 숲과 아리삼삼하게 보이는 목장들을 병풍처럼 펼쳐보인다.
로지카페의 유리벽 앞에서 끝 간데없는 전경을 향하니 절로 환호성이 나오는데. 도대체 어떻게 지은 것일까. 폭포가 카페의 내부로 흘러들어 작은 폭포를 이루고 다시 암벽 밖으로 사라진다. 아프리카의 공예품과 그림들이 천장을 장식하고 벽을 장식하고 테이블에 놓여 있다.
장식품들은 플라트틱 꽃이나 색깔진한 구슬 같은 인공적인 것과 코뿔소 뿔이나 동물가죽 같은 자연적인 것의 조합이 멋스러워 사뭇 예술적이다. 허허벌판 이 먼 곳 까지 도대체 어떻게 실어 온 것일까. 새하얀 린넨을 이용해 정갈하게 꾸며 놓은 화장실, 럭셔리한 침구를 포함한 실내는 영화 속의 고급호텔처럼 꾸며 놓았으나 모두가 앙증맞은 크기여서 요정이나 스머프들이 나올 것 같다.
조금 작게 조금 더 낮게 소롯길을 따라 버섯처럼 엎드려 있는 로지카페에서 차 한 잔 하고 구석구석 둘러보는 시간은 너무 짧다. 엊저녁 묵은 로지가 허접했다는 비교에서 오는 억울함일 터다.
오늘은 크루거 국립공원을 향해 간다. 크루거 국립공원의 엄청난 면적은 이스라엘보다 약간 작고 우리나라 경상도 보단 약간 크다. 쿠르커국립공원을 다 둘러보려면 최소 일주일은 머물러야 하지만 우리에겐 이틀의 일정이 잡혀있다.
때문에 빨리 가서 오늘 한나절 구경을 제대로 해야 하는데 현지 가이드겸 운전사인 랍슨이 어찌나 길을 헤매는지, 도착시간 11시가 되어서 차를 세우는데 길을 잘못 들어 모잠비크 국경까지 왔다. 에고, 다시 길을 돌리는데 이것이 네비가 없기 때문이란 생각, 연중 관광객 40만을 끌어들인다는데 길에 대한 배려가 여간 아쉬운 게 아니다.
그래도 랍슨은 아는 만큼 많이 알려주려고 애를 쓴다. 공원은 1898년 남아공저지초원지대에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하여 지정되었는데 총길이 320㎞ 너비 40~80㎞ 면적은 1만9,480㎢로 광대하다. 남아공 백인국 건설자인 파울 크뤼에르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는 크루거[Kruger National Park]로, 공원의 남쪽에 해당되는 다리를 건너니 입구에 집채만한 선인장이 눈길을 끈다.
잠시 갑자기 길가에 늘어선 차량들과 우르르 창가로 몰려드는 사람들, 길가에 사자가 앉아있다. 사람들이 쳐다보든 말든 입을 벌리고 하품을 하고 파리를 쫓는지 눈을 꿈적거린다. 그동안 맹수구경에 목말랐던 갈증이 사자로 인해 씻긴다. 신고하러 관리소에 들리니 커다란 공원지도가 있고 어제 오늘 출몰한 동물의 개체수가 표시되어 있다. 공원은 선진화 된 생태정비 기술과 정책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45종의 포유동물과 500여종의 새. 336종의 나무들이 공존하고 있단다. 코끼리1만2000마리, 코뿔소 3800마리, 버팔로 1만6000마리, 쿠드 4000마리, 와일드비스트(누)3만1000마리, 임팔라 13만마리, 워터벅 3000마리, 얼룩말 2만3000마리, 기린 7000마리, 사자 2000마리, 표범 950마리, 치타 225마리, 하이애나 2000마리, 들개 350마리가 살고 있단다. 세계 2차 대전 때에 잠시 문을 닫았을 뿐 1646년 다시 문을 열어 지금까지 세계의 때묻지 않은 사파리투어의 대명사로 불린다.
명성에 걸맞게 코끼리와 얼룩말을 포함하여 많은 동물을 만났다. 하지만 공원내 8000㎞에 달하는 똑같은 포장길에 가이드 람슨이 길을 헤메는 것은 당연, 모든 차량이 6시 30분 까지만 공원 내에 머물 수 있다는 30분을 막 지나면서 아슬아슬하게 공원을 빠져 나온다.
좌충우돌 아프리카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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