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만 보이는 학업성취도 평가
예산만 보이는 학업성취도 평가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3.06.24 2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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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취재3팀장 <부장>

오늘 전국의 중학교 3학생과 고등학교 2학년생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평가가 진행된다. 기초미달 학생의 학습결손 보충을 위한 기초자료 확보와 교육과정 개선을 위한 평가라는게 이번 시험의 취지다.

각 교과별로 자신이 우수하거나 취약한 부분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하니 취지가 매우 긍정적이다. 좋은 제도이니 시험에 반대할 이유도 없다.

그럼에도 교육 현장에선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전국의 전교조와 교육연대 등 교육관련 단체들은 시험 일을 전후해 평가방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있고, 충북 역시 전교조 충북지부가 학업성취도평가 폐지와 교육 과정 정상화를 촉구하는 등 파열음을 내고 있다. 학생과 학교를 서열화하고 그에 따른 차별적 혜택을 조장하는 교육정책이라는 주장이다.

이처럼 시험을 앞두고 충북교육청은 교청대로, 충북교총은 교총대로, 충북 전교조는 전교조대로 설전을 벌이고 있으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평가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학업성취도 평가가 취지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순수하게 학생들의 취약한 교육을 위해서가 아니라, 학교의 명예를 걸고, 교육청의 명예를 걸고 치러지는 평가이다 보니 동티가 날 수 밖에 없다. 명예에 집착하는 이유가 제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면 좋으련만 돈이라는 데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지난해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최우수 교육청으로 판정받은 충북도교육청은 특별 교부금으로 천억 원 가량을 배정받았다. 최우수 교육청의 대가가 상상을 초월한다. 특별교부금이 무슨 용도로 사용되는지는 몰라도 교육계 수장으로서 탐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교사와 학생을 어르고 달래서라도 최우수교육청으로 판정받도록 다그치게 될 것은 뻔하다.

실제 도내 학교에서는 이번 학업성취도평가를 위해 한달 전부터 집중 교육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0교시를 시작으로 정규 수업이 끝난 후 8교시 9교시까지 자습을 강행했는가 하면, 평가를 대비한 모의고사도 하루에 한 두번씩 치렀다고 한다. 찜통 더위 속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시험과 씨름해야 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우울하다.

그런가 하면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습하는 학생들에게 간식까지 사주는 친절(?)함도 베풀었다고 하니 누구를 위한 평가인지 따져 볼 일이다. 지성인을 양성해야 할 학교가 예산 사슬에 얽혀 교육정책 보다는 교육예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정황이다.

이는 결국, 대한민국 교육정책의 최고 기관인 교육부의 하달식 교육정책이 빚은 결과다. 학업성취도평가의 성적에 따라 특별교부금을 차등지급하는 발상 자체가 비교육적이고, 학습부진 학생들을 도 교육청과 학교의 문제로 떠넘기며 일선 교사와 학생을 시험기계로 내몰고 있는 행태가 비교육적이다.

창의적 교육을 표방하면서도 서열식·주입식 교육관을 버리지 못하는 교육계의 현실에서 백년지대계는 물거품일 뿐이다.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잖아요’라고 항변하던 1980년대의 교육에 다시 반기를 들어야 할지도 모를 2013년의 교육 현실이다.

교육현장에서 시행착오란 있어선 안된다. 그만큼 개인이나 국가의 미래가 교육과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학업성취도 평가를 두고 폐지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한다면, 평가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창구없는 교실에 갇혀 있는 학생과 아침부터 시험지를 돌려야 하는 교사에게 희망이란 답안을 요구하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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