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수술을 할까요 말까요
무릎 수술을 할까요 말까요
  • 송준호 <청주첨단한방병원>
  • 승인 2013.05.13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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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한방·재활 등 비수술적 치료후 선택

송준호 <청주첨단한방병원>

2주쯤 전이었다. 다리를 절뚝거리며 힘겨운 걸음으로 연세가 지긋한 여성 환자가 중년의 아들과 함께 진료실로 들어왔다. 노인 환자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진료실의 환자 의자에 앉고 아들은 그 옆에 서서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병원을 여기저기 다녀 봤어요. MRI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무릎 수술을 하라고 합니다. 수술을 해야 할까요?”

환자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한방병원에서 한의사에게 수술 여부를 묻는 것은 수술하지 않고 치료할 방법이 있겠냐고 묻는 것이리라. 진료실에서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듣는 질문이다. 수술을 할까요 말까요.

무릎 수술을 상담하러 양방 병원에 몇 차례 들렀는데 거기에서 무릎 수술 후 부작용에 관해 좋지 않은 인상을 받았나보다.

무릎 인공 관절 수술을 받고 쪼그려 앉지 못하는 환자에 대한 이야기, 재수술 받으러 온 환자에 대한 이야기, 수술 후에도 통증이 전혀 줄지 않은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수술만은 피하고 싶다고 한다.

MRI를 보니 내측부 인대도 부분 파열됐고 내측 반월판도 망가져 있었다. 연골이 다 닳아 없어졌다. 퇴행성관절염까지 겹쳐 부종이 있고 열도 나는 상황이었다. 오랜 기간 무릎이 아파 이미 다리 근육도 많이 빠져 가늘어진 상태였고 무릎이 잘 구부러지지도 않았다. 환자가 호소하는 통증 정도도 매우 심각해서 다리를 만지지도 못하게 했다. 양방 병원에서 무릎 주사를 맞으며 간신히 버티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것도 잘 듣지 않는 상황이었다. 벌써 한 달 이상 제대로 걷지도 못해 집에서 거의 기다시피 생활을 하고 있었다.

환자가 수술을 피하고 싶다는 소망은 간절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의사들은 이런 답변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수술을 해서 무릎 주위에 문제되는 부분을 제거하고 약해진 부분을 보강한다면 지금 현재 상황보다는 더 나아질 것이다. 이렇게 심각한 상태인데 수술을 하지 않고 과연 나을 수 있겠는가라고.

필자 역시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바뀌었다. 수술을 꼭 해야만 하는 환자도 있지만 그전에 한방치료나 재활치료와 같은 비수술 치료를 시도해 보면 치료 효과가 좋아서 수술 전에 꼭 비수술 치료를 하도록 권유한다.

연골이 없으면 큰 일이 난 것처럼 생각하는 환자들이 많다. 하지만, 축구 선수들은 과격한 운동으로 연골이 소실된 경우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도 90분을 격렬하게 경기에 뛸 수 있다. 무릎 치료의 목적은 연골 재생이 아니라 무릎의 원래 기능인 구부리고 펴고 걷고 쪼그려 앉는 움직임에 문제가 없도록, 그리고 일상 활동에서 통증이 느껴지지 않도록 하는 무릎의 기능회복이다.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는데 연골 소실이 크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이보다는 오히려 무릎 주변 근육이 줄어든 것이 더 큰 문제이다.

통증으로 인해 무릎을 사용하지 않게 되면 근육이 줄어들고, 근육이 줄면 움직이기가 더 힘들어지고 아파진다. 이렇게 더 아프면 다시 무릎 사용이 줄고 다시 근육은 더 줄고 그러면 더 아프고… 이렇게 악순환에 빠지게 되면 관절이 굳게 되어 무릎이 잘 구부러지지 않게 된다.

치료의 순서는 우선, 부종과 염증을 줄여야 하는데 염증이 오래가면 관절이 망가지기 때문이다.

이후에 관절의 강직부터 풀고 통증을 줄인 뒤에, 근육을 강하게 키워나가야 한다. 근육을 충분히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해야만 치료가 마무리된다.

다시 아까 그 환자 이야기를 해야겠다. 입원한지 2주가 지난 지금, 수술 없이도 염증과 통증은 거의 사라지고 20~30분 정도는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6개월은 지나야 충분한 근육을 키울 수 있겠지만, 수술하지 않고도 치료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체험하고는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수술은 비수술 치료 후 마지막 선택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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