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탉이 울어야만 날이 새는가?
수탉이 울어야만 날이 새는가?
  • 김우영 <작가. 한국문인협회>
  • 승인 2013.04.10 20: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우영의 에세이-우리말 나들이
김우영 <작가. 한국문인협회>

카멜레온이란 파충류가 있다. 이 파충류는 위장도 잘하고 갖가지 재주를 부려 자신을 보호하면서 사는 영악한 놈이다. 사람들은 여성을 가끔 카멜레온에 비유하곤 한다. 여성은 일생을 통해서 크게 네 번의 옷을 갈아입는다. 소녀에서 처녀로, 여인으로, 노파로 변한다. 이렇게 변모하는 여성을 어떤 이는 세계의 대륙에 비교해 해학적으로 풀이했다.

10대여성은 미개국인 아프리카와 같고, 20대 여성은 개발도상국인 아시아 대륙과 같고, 30대여성은 개발이 황금기에 있는 아메리카 대륙과 같고, 40대여성은 우아한 문명의 꽃이 찬란하게 핀 유럽과 같고, 50대 여성은 존재만 하고 관심은 별로 없는 오세아니아와 같다고 비유했다. 역사의 변천과 여성의 변화는 우주공간과 함수관계가 있는 듯 하다.

남자 없이도 못 살지만 여자 없이도 못 사는 게 세상살이의 법도인 것 같다. 생물학적으로 볼 때 남자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여자의 역할 또한 대단히 중요하다. 생명을 잉태하고 일정기간 동안 따스한 체온으로 보호하다가 온전한 인간이 되었을 때 세상에 내놓는 큰 역할을 맡는 것이 여성이다. 아이를 낳아 키우고 지극히 헌신적인 사랑으로 이 사회를 지속시켜 오는 데 견인차의 역할을 하고 있는 여성, 이러한 여성에 대해 아직도 우리사회는 이중의 대우를 하고 있다.

우리 주위에서 그 실례를 살펴보자. 첫째, 산모가 아이를 낳아 딸 이면 시댁 식구들의 표정은 시큰둥하다. 어느 직장에서는 기혼여성을 아예 채용하지 않거나 결혼하면 사직 권고를 하고 있어 남녀차별이 사회문제로 지적되었다. 결혼한 여성의 경우는 어떠한가. 대개 가정에 예속되어 성냥갑 같은 집안에서 아이 낳고 빨래하고 밥하고 남편과 자녀를 돕는 반복된 생활을 한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어느 지방에 가보면 아침 첫 손님이 여성이면 물건도 안 팔고, 택시도 첫 승객이 여성이면 안 태운다. 재수가 없다는 것이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하지만 요즘은 인공산란과 부화, 비육양계를 하여 따로 울어댈 닭도 없다. 혹 운다해도 시도 때도 없고, 또 울어대는 닭은 계군(鷄群)에 있을 뿐이다. 옛날 어른들은 언필칭 그랬다.

“수탉이 울어야 날이 새는 법이여. 암탉이 울믄 집안이 망하니께 잡아 묵으야 혀….”

날은 새지 말라고 해도 시간이 되어 달이 차면 우주의 자전법칙에 의해 기우는 법이다. 유추해 보건대, 여성을 억누르기 위한 시대적 발상이고, 고기가 흔하지 않던 시절 닭 삶아 먹기 위한 꾀가 아니었나 한다. 이 모든 일은 지난날의 악습이요. 버려야 할 폐습이며 발전하는 미래사회의 저해 요인이라 생각한다.

여성이 수 천 년 전부터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본능적이고도 맹목적으로 육체이건 영혼이건 무조건 남성에게 희생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여성에겐 일종의 천성적 도덕이며 의무였던 것이다. 그러나 법률은, 그것도 남성이 만든 법률은 그것과도 또 다른 형식적인 도덕이나 의무를 인정하고, 부인들의 그러한 본연의 애정에서 비롯된 헌신이나 희생을 요구해 왔다.

그런데 남성은 평생동안 아무런 일이 없을 때는 여성의 그러한 자연의 애정을 향유하지만 일단 법률이나 체면이라는 형식적 속박을 받게 되면 어제까지의 방자한 향락주의가 군자로 표변하여 위선자가 되는 것이다. 그간 수 많은 세월을 거치면서 여성이 인류사회에 헌신적으로 바쳐 온 역사를 재조명하여 남녀 차별 의식이 갖는 사회적 문화를 해소해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