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부터 현재까지…아름답던 삶의 흔적 詩에 담다
유년시절부터 현재까지…아름답던 삶의 흔적 詩에 담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3.04.02 1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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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다시들려주는 방하이야기' 시집 출간
안개 진자리에

붉은 바람이 들어서네

바람을 가로지르고 새가

그을린 새소리가 사막을 나네

나무의 입술이 부글부글

꽃잎이 타네

물은 쫓기면서 강을 떠나고

수맥을 수색하며

대청호를 추기던 최후의 몸부림

한 모금을 갈망하며 쳐다보던 하늘에

끝내 닿지 못하네

가뭄의 밀도를 읽어 내는 동안

내 동공도 화상을 입네

숨소리들의 다비가 시작되네

나의 시도 화염에 싸이네

-시 ‘가뭄’ 전문-

청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지현 시인이 시집 ‘다시 들려주는 빙하이야기’를 출간했다. 이 책은 시인의 네번째 시집으로 67편의 시를 모아 엮었다.

시집에는 유년시절부터 현재 시인의 삶까지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가난했던 유년의 기억이 흑백사진처럼 돋아나고, 끈끈한 가족들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기도 하다. 또한 시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웃들이다. 고개를 돌리면 쉽게 만날 수 있는 이들은 소박하다.

박순원 시인은 “이지현 시인의 시집 속에서는 익숙한 사람들과 낮선 사람들이 함께 북적이며 일상의 무늬를 짜내려간다. 그리고 그 사이 사이 햇살과 바람과 그늘이 펼쳐진다. 그리고 또 매일 매일 때마다 먹는밥, 밥그릇이 놓인다. 서로가 서로에게 닿는 길이다”고 말했다. 

시인은 유년의 상처와 결핍을 시로 승화시키며 다중적 메타포와 감성적 상상으로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오랜 시간 창작에 몰두하면서도 창작을 통해 거듭나기를 열망하고 있다.  

“기록을 경신하는 스포츠 선수처럼 나는 다시 태어나고 싶다. 어제 쓴 시와 어제 핀 나를 깨고 매일 매일 부신 눈의 신생我가 되고 싶다.”는 시인의 말에서 새로운 세상과 만나고자 하는 작가의 열정을 만날 수 있다.

신생我이길 소망하는 시인의 마음은 무엇일까. 김재국 문학평론가는 작가의 초심에 주목한다.

“시인은 1시집이후 4시집을 출간하기까지 12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이처럼 작가는 오랜 세월을 치열하게 시 창작에 몰두해 왔다. 그런데도 여전히 신생가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작가가 지향하는 것은 신생아가 아니라 항상 새롭게 태어나는 자신인 신생아를 의미한다. 작가는 처음 세상에 태어난 아이처럼 부신 눈으로 세상을 보고 싶어 한다.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며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김재국 문학평론가는 또 “작가의 곧은 직선적 성향의 모태가 되어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식물성과 결합된다. 참나를 찾는 길에서는 끝없이 자신을 낮추고 타인을 배려하는 삶의 태도로 해탈의 경지에 도달하고자 욕망한다” 면서 “시인의 시적활동과 삶의 태도는 동일한 지향점을 가리키고 있다는 경이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고 평했다.

이지현 시인은 1997년 계간 ‘창조문학’으로 등단해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비존재동인, 민족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시집으로 ‘가끔 그대 잊는 날 있다 해도’(2000), 사는 것이 지루한 날’(2003), ‘서설’(200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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