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新聞)
김태원
잠옷의 사내가 아침 식탁에 앉아
배추 잎을 살피고 있다
한 장 두 장 잎을 펼칠 때마다
상큼한 채소 내음보다
역한 구린내가 난다.
노란 고갱이만을 고르던 그의 아내도
이내 눈가에 주름이 인다.
자세히 보니
이곳저곳이 벌레들뿐이다.
그들이 싸 놓은
검푸른 배설물들로 온통 어루러기져 있다.
눈 화살과 손 집게와
수돗물과 세제 속에서도 살아남은
살이 통통하게 오른 거구의 벌레들이
흰나비로 우화하지 못하고
사시사철, 아침 식단(食單)을 망가뜨리고 있다.
'무심천강변에서의 일박'(고두미) 중에서
<김병기 시인의 감상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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