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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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기자
  • 승인 2006.08.0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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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곰이 부리고!
김남균 민주노총충북본부 사무처장

둘째 아이를 수원에 있는 누나집에 맡겼다. 아이 엄마가 출산휴가가 끝나는데 애를 봐줄 곳도 마땅치 않다. 가까운 데서 아이를 맡길라니 남한테 맡기는 거라 미덥지도 않고,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다. 떨어져 있는게 마음이 시리긴 하나 그래도 내 피붙이니 마음이 편하고 돈도 형편 닿는데로 드리면 되니 고육지책이긴 하지만 그래도 최상책이다. 어쨋거나 첫아이 때도 그랬고 아이키우는건 매번 힘이 든다.

수원에 간 날이 유난히도 더웠다. 그리고 누나집도 너무 덥다. 아이 엄마랑 상의해서 정말로 큰 맘 먹고 누나집에 에어컨을 할부로 들여놓기로 했다. 누나한테는 어차피 드릴돈인데 그 돈에서 들여논거고, 누나좋아서가 아니라 우리 아이 시원하게 있으라고 하는 거라고 얼버무렸다.

그런데 에어컨 설치하는게 생각보단 일이다. 저녁 8시경에 4분의 아저씨들이 시작한 일이 근 1시간이나 걸렸다. 아저씨들이 흘리는 땀이 보통이 아니다. 아예 땀이 흘러내린다.

홍건하게 젖은 아저씨들의 셔츠를 보면서, 미안하다. 아저씨들이 왔을 때 설치비를 두고 떼를 쓴게 마음이 걸린다. 갑자기 생각이 드는데, 이 아저씨들 집에는 에어컨이 있을까 하고 궁금증이 든다. 사실, 우리 매형만 하더라도 공장노동자 중간정도의 임금을 받고 생활하는데 에어컨 설치하는게 경제적으로 부담이였다고 했다.

여기있는 아저씨들이 에어컨을 놀 만큼 여유가 있는지 확실히 알수는 없으나 보통으로 생각해보면 반반 아닐까하는 추측이 든다.

만약에 없다면! 일요일날, 저녁 8시에 내집에는 없는 에어컨을 설치하기 위해 일하는 아저씨들의 속 마음은 어떨까! 얼마전에 유명한(나는 유명한지 안한지 모른다.) 디자이너의 옷을 만드는 봉제노동자들이 파업을 한 적이 있다.

유명 디지이너의 상표가 붙은 옷이 천만원이 넘게 팔린다고 하는데 그 옷을 실제 바느질하고 재단하는 봉제노동자들은 천만원짜리 옷한벌에 고작 만원이란다. 경제학자들은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디자이너의 경영학을 칭찬하겠지만 노동자입장에서는 그게 아니다.

경찰에 맞아 죽은 포항 건설노조 하중근씨, 그가 세상에 남겨둔 거라고는 달랑 월세방 하나다. 그러나 그는 살아 생전에 많은 것을 이뤄냈다. 그 잘난 포스코가 잘날 수 있도록, 그는 포스코 공장을 세우는 일을 했다. 그리고 그가 살았다면 그는 여전히 일당 6만원을 받으며 계속해서 포스코 공장을 하나 하나 늘려가는 일을 했을 것이다.

지금, 하중근씨와 같은 사람이 7천명이 있다. 현행 법과 제도는 이 7천명을 포스코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로 구분하지만 이 7천명은 비가오거나 하는 궂은 날만 빼고는 매일같이 포스코로 출근한다.

그리고 포스코의 공장을 만든다. 포스코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7천명은 오늘도 소리없이 포스코의 공장을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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