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한끼와 학교비정규직 파업
점심 한끼와 학교비정규직 파업
  • 오창근 <칼럼니스트·충북참여연대 사회문화팀장>
  • 승인 2012.11.14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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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오창근 <칼럼니스트·충북참여연대 사회문화팀장>

TV 뉴스를 보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공분을 사는 것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행위 장면이다.

이는 같은 하늘을 이고 살아도 사고의 간극이 너무 다른 극좌진보와 극우보수도 유일하게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 학교에서 먹는, 밥 한 끼에 차질이 생기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용감한 어른들이 있다.

이유인즉슨, 학교비정규직이 호봉제 도입과 교육감 직접고용, 교육공무원 법제화 등을 요구하며 11월 9일, 하루 파업을 하는 데 대한 학부모단체의 반응이다.

전국학비연대회의는 지난 6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전체 3만 3000여 명 중 74.3% 투표, 91.2% 찬성으로 쟁의행위가 가결됐다. 충북은 1,939명 중 71.3% 투표, 92.7%라는 높은 찬성률로 가결됐다. 파업 때문에 학교급식 대란을 걱정하지만, 정작 학교비정규직이 파업하는 이유에 대해선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파업은 노동자의 정당한 요구조건을 관철시키기 위한 쟁의행위로 헌법상 보장된 노동자의 고유한 생존권적 기본 권리다.

그러나 언론의 태도는 파업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비용과 시민의 불편함에 초점을 맞추었다.

우리 사회가 노조파업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이 생긴 것은 언론이 파업을 분열을 조장하는 폭력적인 모습으로, ‘귀족노조’ 운운하며 이기적인 집단으로 현상만을 소재로 다룬 측면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는 파업을 사회적 관용과 연대라는 관점에 이해하는 서양과 많은 차이가 있다.

학교비정규직 파업 선언에 학부모연합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학생인권을 주장하던 단체가 아이들의 가장 기본 권리인 먹을 것을 볼모로 학교비정규직 파업을 선동한다”며 “아이들의 피해에 대해서는 주동자와 동조세력 등에게 확실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꼼꼼히 살펴보면 학교비정규직에 종사하는 분들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그들을 선동하는 단체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이들을 주동하고 동조하는 세력은 불문가지, 시민사회단체와 민주노총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파업을 묻는 찬반투표를 통해 “3만 3,905명의 조합원 중 2만 5,175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률 91%(2만 2,967명)로 파업이 가결됐다”는 사실은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 절대적 약자의 위치에 있고, 교섭에 응하지 않는 교육감의 묵묵부답에 맞서 노조를 중심으로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객관적 사실을 간과하고 있으며 또한, 생존권의 보루에 서 있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가 일부 단체의 준동에 놀아나고 있는 듯한 인상은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실상은 외면한 채 무조건 파업은 ‘나쁜 것’이라는 사고체계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동자에게 있어 파업은 환부가 썩어 곪아 통증을 외부에 호소하는 마지막 생존의 몸부림과 같다. 학부모단체가 주장하는 아이들 점심 한 끼의 기본권을 지켜주기 위해 10년 넘게 일해도 채 100만 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며, 작업대 높이, 작업동선, 몰아치기 형태의 고밀도 노동 등으로 근골격계질환을 앓고 있는 급식소 노동자들의 현실과 불안정한 고용상태와 노동환경의 열악성 등 비정규직으로 느꼈을 편견과 차별, 소외감에 묵묵히 참고 지낸 학교비정규직의 기본권은 도외시해도 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사람의 고통보다는 내 손톱 밑에 박힌 가시가 더 아픈 법이다. 내 아이의 점심 한 끼가 중요하면 자기 아이들 따뜻한 밥 한 끼 먹이기 위해 온갖 수고를 감내한 노동자의 삶도 존중받아야 한다. 아이들을 볼모로 한다는 선동적인 구호보다는 하루 도시락 싸주며 누군가의 투쟁을 지켜봐 주는 조금은 너그러운 사회, 점심 한 끼 굶겨서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만들어 주어야 할 미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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