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낯뜨거워지는 사저부지 특검
갈수록 낯뜨거워지는 사저부지 특검
  • 권혁두 기자
  • 승인 2012.11.05 2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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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보은·옥천·영동)

요즘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특검 수사 과정을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은 착잡하다. 수사에 임하는 청와대와 대통령 일가의 처신에서 국가를 꾸려나갈 최고 지도자의 면모는커녕 보편적 시민의식 조차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말바꾸기와 오리발이 계속되고 특검을 압박하는 특권 의식까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받고있는 의혹의 사실 여부를 떠나 특검까지 출범한 사태를 초래한 그 자체로 대통령은 국민에게 면목을 잃은 셈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1차적 도리와 책임은 수사에 적극 협조해 국민들의 의문을 말끔하게 해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말이 달라지고 발뺌하는 모습이 연일 드러나면서 양식의 부재만 확인될 뿐이다.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는 특검에서 큰아버지 이상은씨에게 차용증을 주고 6억원을 현찰로 빌렸다고 했다. 차용증은 청와대에서 썼다고 진술했다. 당시에 차용증을 실제로 썼는지, 쓴 시기가 돈을 빌린 시점과 일치하는지 진위 여부를 따지는 것은 이 사건을 판단하는 중요한 열쇠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차용증 원본을 확인할 수 있는 컴퓨터 하드디스크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시형씨는 또 당초 검찰 수사 때 제출한 진술서를 청와대 행정관이 대신 작성했다고 했다. 검찰 수사 대상자가 진술서를 다른 사람에게 대필토록 한 것부터가 납득이 가지않는다. 대통령 아들의 진술서를 대필하는 것까지 행정관의 업무인지도 따져볼 일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 행정관을 확인해달라는 특검 요청에도 ‘모르쇠’로 일관한다고 한다. 대필을 요구했을 당사자인 시형씨나 청와대가 문제의 행정관을 모른다고 발뺌하는 것은 수사에 응하지않겠다는 태도나 다름없다.

시형씨는 또 큰아버지한테서 6억원을 받아온 날짜가 검찰 수사 때는 지난해 5월23일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번 특검에서는 24일이라고 말을 바꿨다. 시형씨는 당초 검찰 조사에서 이 돈을 “아버지 뜻에 따라 마련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특검에서는 자신이 ’명의를 빌려 준 것이 아니라 실제 매입자’라고 밝혔다. 하지만 매입한 부지의 건물을 철거한 업체가 철거비용 3000만원을 이 대통령 이름으로 입금 받은 것으로 확인돼 이 주장도 신빙성을 잃게됐다.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을 피해가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부지 매도자는 이번 특검에서 청와대 경호처가 시형씨와 공동매입한 필지의 땅값을 낮춰달라고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시형씨는 경호처 보다 훨씬 싸게 땅을 구입했다. “땅 전체를 54억원에 한꺼번에 구입해 적절하게 가격을 나눴을 뿐 필지별 가격 분배는 없었다”는 검찰 조사 당시의 청와대 주장에도 믿음이 가지않을 수밖에 없다. 특검팀에 예산 지급이 늦어져 이광범 특별검사가 한동안 자비로 운영비를 충당했다는 황당한 소리도 들렸다. 이렇듯 청와대가 특검 수사에 비협조적이라는 여론이 높아지는데도 불구하고 변호인은 특검에 시형씨 재소환과 청와대 직원의 과도한 소환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변호인이 특별검사에게 참고인들의 소환 자제를 운운한 것은 청와대의 위세를 등에 업은 엄포로 해석될 수도 있다. 청와대의 자료 제출도 소극적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청와대 경호처는 특검팀이 요청하는 자료를 선별해서 제출하고 있어 일괄 제출을 요구하는 특검팀과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이 난항을 겪으리라는 것은 수사에 착수하기 직전 부지 매입자금의 출처인 이상은씨가 출국하고 출석도 두차례나 연기하면서 일찌감치 예상됐었다. 그러나 도가 넘어도 한참 넘은 인상이다.

특검은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도 조사하기로 했다. 김 여사는 아들 시형씨가 농협 청와대지점에서 사저 부지 매입자금 6억원을 대출받도록 서울 논현동 땅을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부부가 땅 매입에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불기피한 조사이다.

특검은 청와대와 일정과 방식을 조율 중이지만, 대통령 부부가 11일 해외방문에 나서 날짜 잡기가 쉽지않다고 한다. 김 여사 조사가 늦어지면 특검 일정이 연장되고 의혹 덩어리만 더 커지게 된다. 특검을 조기 마무리하고 국민들을 이 민망한 이슈로부터 지유롭게 하려면 청와대가 수사에 적극 협조하는 길밖에 없다.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이라는 마지막 카드까지 꺼내들 태세이다. 현직 대통령이 자신과 가족이 연루된 문제로 청와대 압수수색을 당한다면 대통령 집안을 넘어 국가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청와대가 특검 앞에서 계속 옹색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다사다난한 대통령의 임기말을 묵묵히 감내 중인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당당히 조사에 임하고 문제가 드러나면 책임지는 것이 그나마 국민에게 줄 수있는 마지막 위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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