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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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우영 <소설가>
  • 승인 2012.10.24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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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의 에세이-우리말 나들이
김우영 <소설가>

농사지을 때 논밭갈이 기구에 ‘쟁기’와 ‘극젱이’(후치)가 있다. 이젠 농업의 기계화작업으로 농촌의 이런 소농기구들은 사라질 운명이다. 북한에서는 ‘쟁기’를 논밭을 가는 기구 밖의 뜻으로도 쓴다.

* 손에 ‘쟁기’를 쥐고 일하는 사람이야 내 힘들다고 새초밭만 뚜지겠소. (북녘 장편소설 ‘축원’에서)

* 옛날 우리 선조들은 변변한 ‘쟁기’도 없었는데 저런 큰 돌들을 어떻게 옮겨다 이런 성을 쌓았을가. (‘조선말대사전’에서)

‘쟁기’를 농기구들의 두루 이름으로 사용한다. 또 일반 기구 이름으로도 사용한다. 논밭갈이 연장으로는 쟁기보다 ‘보습’이란 말을 잘 쓰는 것 같다.

‘쟁기’의 옛말은 ‘잠개, 장기’였는데, 연장이나 무기를 일컫는 말이었다. ‘갈잠개’는 칼붙이였고, 병(군사)을 ‘잠개 잡은 사람’이라 했다. (월인석보) 북한의 사전은 오늘날에도 ‘무기’의 뜻을 다루고 있다.

‘연장’도 북한에서는 목수의 연장 같은 것 말고, ‘연장’이라는 밭갈이 기구가 따로 있고, 논밭갈이 기구를 일컫는 말로도 쓴다. 옛말에서 연장은 ‘무기’로도 쓰였는데 이 또한 현대어로 다루고 있다.

이 밖에 밭갈이 기구로 ‘가대기’, ‘보연장’(귀보)이란 것도 있고, 함경도(방언)에는 보습에도 크기에 따라 ‘대통, 중통, 소통’들이 있다. 농사지을 땅은 남한에 많은데 논밭을 가는 연장은 북녘에 많은 것 같다. 멧밭(산밭)이 많아서일까?

우리는 흔히 ‘우뢰 같은 박수 소리’ 라고 한다. 그 근거는 조선총독부 <조선어사전>(1920), 문세영 <조선어사전>(1938), 이윤재 <표준조선말사전>(1947) 들과 북한 사전들에서 ‘우뢰’ 를 표준말로 삼았기 때문이다.

북한 <조선말대사전>(1992)에는 우뢰 같다. 우레가 울다, 우레를 치다. 요란한 우레소리, 우레처럼 만났다가 번개처럼 헤어진다 는 말이 사전에 올라와 있다. 그런데, 한글학회 <큰사전>(1957)에 ‘우뢰’를 ‘천둥’으로 바꾸어 놓으니까 그 뒤 남 사전들이 모두 ‘천둥’ 을 표준말로 기준을 삼고 있다. 그러나 ‘천둥 같은 박수 소리’라고는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천둥’이 천동(天動)으로 변한 말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아니다. ‘천둥’이란 말은 ‘천둥바라기, 천둥지기(하늘바라기), 천둥벌거숭이’ 들에서 사용되는 말이다.

천동(天動, 하늘이 운행함)은 천동설(天動說, 지구 중심설), 천동성회(天動星廻, 하늘이 움직이고 별이 돎), 천동신이(天動神移, 하늘이 움직이고 신처럼 옮음)들에 적용된다. 천둥과는 상관이 없다.

‘천둥’과 ‘천동(天動)’은 비슷하지도 않고 다른 말이다. 천둥은 ‘하늘이 요란하게 울리는 소리’이다. 또 우뢰는 ‘공중에서 방전(放電)으로 인하여 일어나는 소리’이다. 같은 내용으로서 둘 다 순수한 우리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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