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 소리 함께 15명 덮친 유증기
'펑' 소리 함께 15명 덮친 유증기
  • 송근섭 기자
  • 승인 2012.08.23 2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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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 폭발 사무실 아수라장
자체진화 나선 직원들도 부상

"펑 하는 소리를 듣고 합성실로 가보니 불길은 보이지 않고 연기만 자욱했습니다. 곳곳에서 사람들 신음소리가 들려 주변에 있던 소화기를 들고 무작정 달려갔습니다."

23일 오전 10시 10분쯤 청주시 흥덕구 송정동 LG화학 청주공장 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재료공장 합성동 2층에서 발생한 폭발사고현장 옆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사고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다.

그는 "불꽃을 안 보였으나 연기가 나서 불로 번지기 전에 꺼야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며 "하지만 점차 의식이 흐릿해지고 숨이 가빠져 나도 119에 의해 병원에 실려왔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합성실에서는 OLED 제조에 쓰이는 재료 생산에 앞서 장비 설치 작업이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장 관계자와 충북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합성실에 보관된 일사다이옥산이 들어있는 200ℓ 용매 드럼통 2개 중 1개가 이 과정에서 폭발했다. '펑'하는 폭발과 함께 누출된 유증기는 순식간에 사무실 전체로 퍼져나갔다.

드럼통 바로 옆에서 작업을 하던 이모씨(27)는 엄청난 압력으로 뿜어져 나온 유증기가 순식간에 얼굴을 덮치면서 전신화상을 입었다.

사무실에 있던 다른 직원 10명도 전신화상에 가까운 상처를 입으면서 곳곳에 쓰러졌다. 이들은 모두 유독성 물질을 다루는 교육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으나 단 몇 초만에 사무실은 참혹하게 변해 있었다.

이때 옆 사무실에서 폭발 소리를 들은 직원들이 달려와 화재를 의심하고 자체 진화에 나섰다.

자칫 추가 폭발이 우려될만한 상황이었음에도 동료들을 구하겠다는 생각으로 거침없이 현장에 다가갔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도 의식을 잃은 채 쓰러졌다.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은 화학차, 구급차 등 소방차 8대와 인력 20여명을 현장에 투입했다.

심각한 화상을 입은 이씨 등 11명은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고, 부상이 경미한 옆 사무실 직원 4명은 다른 인근 병원에 옮겨졌다. 전신 화상을 입은 이씨는 결국 병원에서 숨졌으며, 역시 큰 화상을 입은 나머지 10명은 대전의 한 화상전문치료병원으로 옮겨졌다.

환자들이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이 경찰은 사고 현장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하고 정확한 폭발 원인 조사에 나섰다. LG화학은 사고 직후 취재진과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며 3시간이 넘게 수습 작업과 자체 조사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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