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은행에 대한 추억
충북은행에 대한 추억
  • 남경훈 기자
  • 승인 2012.08.2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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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취재 1팀장(부국장)

충북은행이란 간판이 역사속으로 사라진지 벌써 13년이 지났다.

1999년 4월 당시 은행 깃발를 내리던 김연일 마지막 행장의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씁쓸한 표정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외환위기로 문을 닫기 전만해도 충북은행은 지역경제의 중심이자 지역의 자존심이었다.

지난 71년 4월 영업을 시작한 충북은행은 자회사로 중앙리스와 충북창투를 두었고, 보험사와 단자사인 태양생명과 충북투자금융 등 향토 금융기관이 만들어지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몇몇 대기업 현지공장을 제외하고 지역내 직장이 마땅치 않던 시절 상업계 고교 졸업자들의 충북은행 입행은 최고의 영광이기도 했다. 또 90년대 들어서는 충북대와 청주대 대졸자들의 선호직장이기도 했다. 이런 이유인지 몰라도 한때 종업원이 1000여명에 달할 정도였다.

은행 구성원들이 갖는 자부심도 대단했지만, 지역내 위상도 컸다.

지역 중소기업들의 자금줄 역할을 톡톡히 했다. 대부분의 대출금은 지역소재 중소기업들과 중소상인들에게 돌아갔다. 시중은행들이 담보부족으로 대출을 거부하던 금융 소외기업들에게는 소중한 존재였다.

물론 연고영업, 인정영업, 외부압력에 의한 영업 등 비정상시스템에 의해 은행이 운영됐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지역경제의 중심으로 기능과 역할만큼은 높게 평가받았다. 이런 충북은행도 설립 28년만에 외환위기라는 복병을 만나 운명을 달리하는 처지가 됐다. 이후 직원들은 구조조정의 아픔을 겪어야 했고, 남은 인력은 조흥은행을 거쳐 신한은행으로 승계돼 지금에 이르고 있지만, 이를 고비로 지역금융은 암흑기로 접어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토착 금융사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상호저축은행들마저 합병으로 수가 크게 줄었다. 최근에는 대표 저축은행이던 하나로마저 캐피탈사로 인수되면서 지역 향토금융은 씨가 말랐다.

이런 와중에 최근 논의가 활발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추진은 귀가 솔깃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문제는 특정지역만을 연고로 하는 지방은행 설립이라는 데 있다. 충청권 공동으로 지방은행을 설립하는 것이 아닌 특정지역을 기반으로 이미 영업망이 갖춰진 곳을 중심으로 충청권을 대표하는 지방은행 설립이라는 데 각 지역마다 생각이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왕에 시작한 지방은행 설립추진을 없었던 일로 하기도 힘들게 됐다. 어렵게 설립의 필요성이 공감대를 얻은 만큼 이제 시작을 해야 한다.

그중 지역연고 시중은행의 지역본부를 자회사 형태로 설립하는 안이나 순수 지역자본을 모아 지방은행을 신규설립하는 안, 우량한 상호저축은행을 지방은행으로 키우는 안 등이 대안으로 나오고 있으나, 아쉽게도 실현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희박하다.

결국 말만 많은채 지방은행 추진은 아직까지 답이 안 나온다.

그래서 지역내 금융비중이 높은 NH농협은행이나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등으로 부터 지방중소기업 대출비율을 높이는 방법을 찾자는 것이다. 또 도금고 선정 등에서 이들 은행들의 지역내 수신액 중 얼마나 지역내 대출이 이뤄졌는지를 평가해 반영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만하다.

이런 논의 과정에 잊지말아야 하는 것은 당시 충북은행 퇴출은 정치적 결정이었다는 점이다. 지역이 힘이 없어 은행이 문을 닫았다는 것이다. 그 때를 잊지 말고, 이제 차근차근 지방은행을 어떻게 설립해야 할지 현실적인 고민을 해야할 시점이 됐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충북은행의 그늘은 13년이 지나도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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