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하게 그려낸 삶 속 사람과 자연
투명하게 그려낸 삶 속 사람과 자연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8.16 2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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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활동 이용길 시인 첫 시집 출간
'그대 사랑인 줄 몰랐네' 71편 수록

"많은 사람들에 공감 얻었으면 …"

일흔 다섯

양분 없이 살아낸 흔적이다

펼쳐지지 않는 손마디

구부린 채 손 모으고 기도했던 것도

홀로 서고 싶었기 때문이었을까

함께 산 아버지보다

아버지와 살았던 알코올이

진저리쳐지게 괴롭혔던 날들

검게 물든, 검버섯 핀 옷자락 여미며

꽃을 피울 수조차 없이 서럽게 홀로 서서

비틀어진 시간을 콕콕 쪼아대며 버티어 냈을

어머니를 닮았다

- 고사리 전문

음성에서 활동하는 이용길 시인이 첫 시집 '그대 사랑인 줄 몰랐네'를 출간했다.

시집은 4장으로 구성해 총 71편이 수록됐다. 시에는 유년시절의 기억으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시인이 만나온 사람과 자연, 그리고 삶이 투명하게 그려져 있다.

"중학교 때 백일장을 계기로 문학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시인은 "첫 시집의 색깔은 전체적으로 자연적인 것과 부모, 주변인 등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또 시집을 엮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면서 "시는 사람을 성숙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시를 통해 성숙해지고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고 삶 속의 문학을 들려줬다.

시인은 시를 통해 자신의 '결여'에 대한 비밀을 누설하고 있다. 막힘없이 있는 그대로 자신이 처한 실상을 마치 보고서를 쓰듯이 고백한다. 스물 서넛부터 염색을 해야 할 정도로 흰 머리로 고생한 시인은 실제 나이보다 더 나이 많은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신체적인 이상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

반숙자 수필가는 표사에서 "이용길의 시에는 삶이 있다. 미완의 삶이 낳은 조용하고 따듯한 관조가 귀하다. 살아있는 숨결을 느낀다. 시의 도그마에 빠져 허우적대는 것이 아니라 방황하면서 느끼는 시인의 고뇌가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감각을 통해서 형상화한 단단한 껍질을 쳐들어 보면 수줍게 감춰놓은 사랑을 발견한다. 미완이라서 아름다운 시다"고 평했다.

이덕주 문학평론가는 "자연과 인간이 조화와 평형을 통해 어우러지게 하는 자연성의 회복의 의지가 엿보인다"면서 "보전과정을 지켜보는 경로 중에 시인의 상상력이 배가 되어 시인만의 특별한 시가 탄생한다"고 평했다.

이용길 시인은 "많은 시들이 나오지만 독자들에게 공감되는 시는 드물다"며 "좋은 시는 마음에 치유도 선물한다. 앞으로의 주변과 삶 속에서 치열하게 연구하는 자세로 모두가 공감하는 시를 쓰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시인은 음성 출생으로 '시조시학'에 신인상을 받은바 있으며, 전국 직지시조백일장 장원의 수상경력도 있다. 충북시조협회 회원, 중부문학회 사무국장, 둥그레 시동인 회원, 음성문인협회 수석 부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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