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회장이 끼친 외암마을 폐해 3가지
김 회장이 끼친 외암마을 폐해 3가지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2.08.15 2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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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천안아산)

지난 14일 아산 외암민속마을에 들어서니 입구 개울가에 걸린 '외지인의 외암마을 부동산투기 결사 반대'라는 대형 현수막이 눈에 띈다. 경매가 진행 중인 국가 중요민속자료 건재고택 앞에도 붙어 있다.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56·구속기소)처럼 외암마을에 피해를 주는 외지인이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 주민들이 내걸었다. 건재고택이 경매로 앰한 사람에게 넘어가 또 홍역을 치를까 하는 걱정이 담겨 있다.

김 회장이 수년 전부터 외암마을 주택을 여럿 소유하면서 끼친 폐해는 크다. 그는 결정적으로 지난해 7월 건재고택을 경매에 넘기면서 외암마을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찬물을 끼얹었다. 세계유산 잠재목록에 오른 지 4개월 만의 일이었다.

이준봉 외암마을보존회장은 김 회장이 마을에 끼친 악영향으로 3가지를 꼽았다.

첫째 마을주민 분열 조장, 둘째 국가문화재 무단 변경, 셋째 외암마을 집값 올려놓기. 제2금융권 큰 손인 김 회장의 주민 편입은 시골 마을에 메가톤급 충격이었다.

시골마을 주민에게 거부(巨富) 김 회장은 거리감은 느껴지지만 가까이하고픈 사람이었을 것이다. 주민 중 김 회장과 수시로 만나는 사람이 생기고, 다른 주민들은 그 '측근 주민'을 부러워했던 건 인지상정이다. 그러는 사이 김 회장과 가깝고 멀고에 따라 주민 간에도 불편한 기운이 감돌았다.

김 회장은 건재고택과 감찰댁을 소유하면서 조금씩 집에 손을 댔다. 집주인으로서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 집이 문화재이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 건재고택 정원을 자신의 취향대로 일부 바꿨다. 감찰댁의 경우 주민들은 원래 없었다고 주장하는 사랑채를 문화재청 허가까지 받아내 지었다. 그러다 저축은행 사태를 맞아 마무리 공사가 중지된 채 방치돼 있다.

김 회장이 수년 전부터 기와집, 초가집 가릴 것 없이 시세보다 비싸게 사들이면서 외암마을 집값이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출향인이 고향으로 돌아와 살려고 해도 인근 시세보다 턱없이 집값이 비싸 엄두를 못 낼 지경이다.

이런 김 회장이 지난 5월 전격 구속되면서 외암마을에 어떤 시련이 닥칠까 걱정되는 시점이다. 그렇다고 모두 넋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다. 김 회장 충격에서 벗어나려면 주민들이 우선 똘똘 뭉쳐야 한다. 김 회장 때문에 벌어진 여러 일을 봉합하는데 힘을 보태야 한다. 건재고택 경매 결과나 김 회장의 '결말'과 상관없이 심기일전 자구 노력을 펼쳐야 한다.

건재고택 경매는 조만간 끝나지 않는다. 1차 유찰 후, 추사 김정희의 편액(현판) 및 주련 등이 경매에 포함될 수 없다는 예안 이씨 문중의 이의 제기로 경매가 중단된 지 3개월이 흘렀다. 법원에선 채권자와 채무자의 주장이 달라 경매 진행을 진행시키지 못하고 있다. 쉽게 풀릴 문제가 아니다. 법원이 국가문화재를 경매하면서 소홀히 대처한 탓이다. 추사 현판 등 귀중한 동산 유물에 대한 경매 포함 여부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아산시가 무언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시가 한해 동안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한 일이 없다. 주위에선 안동 하회마을이 세계유산이 된 마당에 비슷한 성격의 외암마을이 세계유산이 되겠냐고 입방아를 찧는 상황이다.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특별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지자체와 주민들의 무신경에 기억에서 사라진 세계유산 잠재목록이 한둘이 아니다. 아산시와 시민들이 외암마을에 애착을 갖고 온갖 노력을 펴야만 건재고택 경매 등 꼬인 문제들도 자연스레 풀릴 기회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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