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의 냉혹한 현실
자영업의 냉혹한 현실
  • 남경훈 기자
  • 승인 2012.07.31 2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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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취재 1팀장(부국장)>

편의점, 학원, 치킨점, 피자점, 호프집, 제과점, 미용실, 부동산, 휴대폰대리점 등등.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주변 상가에서 흔히 접하는 가게들이다.

그 많은 상점들 중에서 그래도 한두곳은 장사가 된다고 할 법도 한데 요즘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음식점을 1년 반 정도하다가 최근 문을 닫은 한 지인은 "자영업 10곳 중 1곳만 살아남는다는 이른바 '1:9의 법칙'을 비싼 수업료를 내고 깨달았다"고 탄식한다.

그도 얼마 전까진 한 중소기업의 평범한 월급쟁이였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사를 나온 후 조그만 고깃집을 차렸다.

퇴직금을 보태 문을 연 가게는 처음엔 그럭저럭 장사가 됐으나 시간이 갈수록 월세를 걱정하는 처지가 되었고 큰 손해를 보고 접었다.

별다른 준비 없이 시작한 장사 앞에는 냉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불황의 그늘속에 '빛만 좋은' 자영업자들의 슬픈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장사가 되는 업종은 손으로 꼽을 만큼 뻔 한데 수가 너무 많이 늘어나 제살깍아먹기 경쟁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영업자수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증가하다 경제가 안정되면서 2002년 이후 감소했지만 다시 올들어 5월 724만명을 기록했다. 지난 2009년 7월 이후 최대치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자영업은 자영업과 경쟁한다'는 제목의 경제주평을 내놓아 관심을 끌었다.

보고서는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이 28.8%로 OECD평균 15.9%보다 12.9%p나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미국은 7.0%, 일본은 12.3%로 안정적 비율을 보였다.

또 '다(多)진입 다(多)퇴출' 구조의 위험성도 지적됐다.

2004~2009년 진입한 자영업자는 연평균 60만명, 퇴출 58만개로 이중 휴폐업의 절반이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이 차지했다.

특히 자영업자의 41.2%가 주된 경쟁상대를 주변의 다른 자영업자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부동산·임대업, 숙박·음식업, 운수·통신업이 더 심했다.

생활밀착형 자영업자들의 입장도 비슷했다.

비근한 예로 서울시 미용실은 1㎢당 평균 35.9개의 점포가 입점해 있었고, 학원, 치킨점, 제과점은 1㎢당 평균 12.6개, 6.3개, 5.1개가 입지했지만 그 수는 더욱 늘고 있다.

즉, 자영업자들끼리 살아남기 위해 경쟁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셈이다.

이런 이런 치열한 경쟁속에 낙오된 자영업의 몰락은 부동산의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상가 등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았으나, 자영업 침체로 부동산 값이 하락하면서 상가를 팔아도 대출금을 갚을 수 없는 '깡통 상가'가 속출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6대 주요 은행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월 말 현재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은 196조8000억원으로 주택담보대출 223조8000억원에 버금가는 규모로 집계됐고, 연체율은 1.44%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0.93%)을 크게 앞질렀다.

대출을 해주고도 이자를 1~3개월 동안 받지 못한 요주의여신비율은 2.02%로 작년 6월(1.77%)보다 크게 높아졌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러시를 이루고, 청년실업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구조속에 자영업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더욱 늘고 있다.

이제 자영업에도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한 때가 됐다. 또 제조업을 근간으로 하는 보다 안정된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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