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남들처럼 즐겨라(1)
당신도 남들처럼 즐겨라(1)
  • 전영순 <수필가>
  • 승인 2012.07.26 2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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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순의 미국에서 온 편지
전영순 <수필가>

부러움 대상 그들 … 가족 갈등은 똑같아

26 가정 비지팅으로 NC 생활

남편·아이 학교로 …

부인들 주정부 ELS과정 참여

안식·연구년 사람들

언어소통 기준 여러부류 활동

"이게 무슨 고생이람.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혼자서 할 일이지. 왜, 미국까지 와서 옆에 있는 사람 피곤하게 하냐고요."

옥수수 꽃이 눈을 비비는 시간, 새벽부터 부부는 옥신각신한다. 한참 잠들어 있을 시간 남자는 필드에 나가야 한다며 여자에게 빨리 일어나라고 성화다. 같은 시간, 남들은 모자에서 신발까지 갖추고 선글라스를 끼고 필드에 나가는데, 이 남자는 시골 아줌마들이 덮어쓰는 작업 모자에 흙투성이 신발을 신고 나간다.

스물여섯 가정이 비지팅(Visiting Scholar)으로 이곳(NC)에 와 생활한다.

다들 정신없이 살기는 마찬가지다. 남편과 아이를 학교에 보내놓고 부인들은 주정부에서 실시하고 있는 ESL과정을 듣는다.

반(班)은 다르지만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는 한 자리에 모여 앉아 싸온 음식을 먹으며 담소를 나눈다. 남편과 아이들로 인해 하루에 쓸 에너지를 소진해 버려 멍하니 앉아있는 나에게 어디 아프냐고 친구가 묻는다. 사연을 얘기하자 당신네 남편들은 잔소리 들을까봐 아침 일찍 살그머니 공치러 나간다고 한다.

안식년과 연구연으로 온 사람들 중에는 연구보다는 적당히 쉬다 가려는 사람들이 가끔 눈에 띈다. 직장이나 사회에서 다년간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이들에게 선진국의 문화를 접하게 하는 것은 재생산의 목적이 클 것이다. 글로벌시대, 미국의 과학과 기술, 학문 등을 익혀 차세대 인재육성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함이 아닐까?

이곳에 보내진 취지는 다양하겠지만 언어 소통이라는 기준으로 보면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 없이 열심히 연구하는 사람, 언어의 어려움은 없으나 연구보다는 즐기려고 하는 사람, 연구를 하고 싶어도 언어가 소통되지 않아 연구를 할 수 없는 사람 등이 있다. 그들은 당신네들 나름대로 직책이 있다 보니 자존심에 금이 가는 일은 피하려고 한다.

외국 경험이 처음인 사람들은 국내에서 소위 피터지게 공부해 수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다.

해외에서 학위를 받은 사람이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이곳 환경에 잘 적응하지만 해외에서 연구 경험이 없는 분들은 많이 힘들어 한다.

일부의 사람들은 연구실보다는 미국의 여행지나 골프장를 배회한다. 경제적으로 뒷받침이 되는 분들은 함께 어울러 취미활동이라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한두 번 따라 다니다 그마저 그만두게 된다.

쉬어야 할 시간에도 연구에 전력투구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사람들이다. 그 자리에 서기까지 본업에 충실하며 많은 고독과 싸웠을 것이다.

그들은 대개 법조인, 정치인, 언론인, 교수, 의사, 대기업 간부들로서 이곳에서 일 년 정도 머물다 귀국한다. 부러울 게 없을 것 같은 그들에게도 가족 간의 갈등은 일반 가정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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