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만남, 큰 행복
작은 만남, 큰 행복
  • 김명철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 승인 2012.07.11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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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김명철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선생 노릇을 오래하면 각계 각층에서 다양하게 활동하는 수 많은 제자들을 만나게 된다. 어디를 가든지, 거리를 가다가도 제자들을 반갑게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다. 동네 목욕탕엘 가도 제자를 만나 등을 밀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

그런데, 제자가 운영하는 카센터에서 만난 어떤 분이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제자도 아니고, 학부모도 아니고, 어디서 뵌 분일까? 한참을 생각하고 있는데, "선생님이시죠? 저는 선생님을 잘 아는데, 선생님께서는 저를 잘 모르실 겁니다. 저는 예전에 봉고차를 운행하던 사람인데, 10년전 쯤에 금천고 학생들을 태우고 아침 저녁으로 학교를 가면 항상 반갑게 웃으며 차량 안내를 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선생님은 여전하시네요." 그때 당신이 태우고 다니던 학생이 좋은 대학에 진학을 하고 지금도 가끔 연락을 한다면서 당시를 회상하며, 반가운 만남이 계속되었다.

진입도로가 좁고, 주차 공간이 협소했던 금천고는 등하교 시간에는 100여 대의 차량이 서로 엉켜서 다들 힘들게 학생들을 태워 오고 태워 가곤 했었다. 그때 나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차량을 안내하고, 학생들의 승하차 지도를 했었는데, 아저씨는 그때 일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작은 가게를 하고 있으며, 지금도 나의 팬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를 한다. "팬이라니요?"라고 내가 물으니, "선생님 방송을 10년째 듣고 있으니 팬이 아니고 무엇입니까?"라고 답한다. 내가 모 방송국에서 청소년들과 청취자를 위해 매주 한차례 우리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 방송하는 프로그램을 매주 듣는다는 것이다.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한다. 학교에 있을 때 나는 항상 1등 출근, 꼴찌 퇴근을 고집하고 있었다. 아침에 등교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제자들과 동료 교사들을 위해 기도하는 일이었고, 그리고는 교문으로 나가서 교통 지도와 학생들을 맞이하는 일을 계속했다. 피곤한 몸과 마음으로 등교하는 제자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사랑하는 제자들을 등하교 시키는 학부모님과 봉고차 기사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인사하는 일은 참으로 작은 일이지만 보람된 일이었다. 특히 밤 11시가 넘어서 사랑하는 제자들을 안전하게 귀가 시키는 고마운 기사님들께 특별하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인사를 드렸던 것이다. 그런데 세월이 10년도 더 지나서 우연히 만난 아저씨는 그때 일을 기억하고 있었고, 내 방송의 팬이 되었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

최근에 '나는 대한민국의 행복한 교사다'라는 책을 읽었다. 이 땅의 교사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와 행복을 생각하게 한 너무 좋은 책이다. 나에게 가장 큰 멘토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그 동안 내가 만났던 학생들이라고 표현한 부분에서 나는 깊이 공감했다. 나는 늘 제자들에게 입버릇 처럼 하는 말이 있다.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된다""학생이 자라서 교사가 되고, 나의 수업과 모든 교육 활동을 평가할 것이다. 진정한 장학 지도는 제자에게서 받는다"라고 말이다.

카센터에서 만난 사장님! 사랑하는 제자들을 그렇게 귀하게 잘 모시더니 복을 받으셨군요. 사업도 잘되시고, 늘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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