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워서 우와기를?
더워서 우와기를?
  • 김우영 <소설가>
  • 승인 2012.07.04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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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의 에세이-우리말 나들이
김우영 <소설가>

밤거리의 휘황찬란하거나 훤한 것을 보고 무심결에 이렇게 말한다.

"야, 삐까 번쩍하다!"

"정말 삐까 뻔쩍하네!"

그런데 여기에서의 삐까는 번쩍번쩍 빛나는 모양을 가리키는 일본말이다.

그리고 미장원에서 자주 하는 말로 고데라는 말이 있다. 고데는 인두를 뜻하는 일본말이고 우리말로는 지짐머리라면 된다.

가도집이라는 말은 각(角)자의 일본말과 집이라는 우리말이 합쳐져 만들어진 잘못된 말이므로 모퉁이집이라는 우리말로 바꿔 써야 한다.

어느 교육원에서 교수가 연수생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고 있었다. 강연 제목은 '글로벌 시대의 에치켓' 이었다. 그 교수는 한참 강연을 하다가 양복 저고리를 벗으면서 말한다.

"더워서 우와기를 벗겠습니다."

글로벌 시대의 에치켓은 우리말로 '지구촌 시대의 예절'이면 되고 '에치켓'도 외국어 표기법대로 하면 '에티켓'이라야 맞다. '우와기'는 상의(上衣) 라는 뜻의 일본말이니까 우리말로 '윗도리'나 '양복저고리'라고 해야 옳다. 누가 누굴 가르치는지 스스로 제대로 알고 가르쳐야지 '에치켓'과 '우와기' 라는 명칭으로 하는 글로벌 시대의 강의를 과연 들어야 하는 것일까?

매년 4월 진해에서는 '군항제', '벚꽃축제'가 열린다. 축제는 마쯔리(祭)라는 일본 풍속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우리 정서와는 맞지 않는다. '잔치', '한마당', '놀이'로 바꿔야 한다. 잘못된 과거의 말은 과감히 바꾸어야 우리말이 산다. 철학자 '칼라일'의 말이다.

"경험은 최고의 교사이다. 다만 수업료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할까?"

건설분야는 아직도 일본어투 용어가 널리 쓰이고 있다. 주고받는 대화는 일반인이 거의 알아듣기 어려운 형편이다. '그는 비록 늙어 힘이 있다 하지만 아직도 쌩쌩한 노가다 곤조(→근성)가 남아 있다.'

'노가다'는 일본어로 우리말에 침투되어 있는 일본말중에 대표적이다. '노가다'는 '도가타(土方)'가 변한 말로 토목 공사에 종사하는 노동자나 인부.국어순화 자료집 은 '인부, 흙일꾼'으로 순화하였고 '(공사판) 노동자'로 쓸 수 있다.

'노가다'의 우리말로 널리 쓰여 왔던 '(공사판) 노동자'로 부른다. '흙일꾼'을 '막일꾼'으로 바꾸었다. 이것은 '노가다'가 다소 뜻이 넓어져 꼭 공사 현장의 일뿐 아니라 막노동을 하는 사람까지도 두루 가리키게 되었기 때문. 물론 '막일꾼'은 '흙일꾼'의 뜻도 포함. 노가다(土方)→ (공사판)노동자, 막일꾼, 인부란 표현이 맞다.

'박씨 요즈음 돈이 없어 생활하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공사장 간조가 보름 간격, 현금없는 대부분 인부들은 전표를 헐값에 팔아 일용품이나 전표를 본 가격보다 싸게 함바의 숙식대로 치르고 있다.'

'간조'는 '감정(勘定)'의 일본식 발음으로 일한 대가로 받는 삯을 뜻이다. 우리말로 '품삯(셈), 노임 계산'. '함바'는 일본어의 '함바'에서 온 말로서 '노무자들의 합숙소'를 의미하나 우리나라에서는 작업장 근처에서 운영하는 간이식당이다.국어 순화 자료집 에서는 '함바'를 '현장 식당'으로 순화하였다.

건설분야의 일본어식 말도 조속히 순화하여야 한다. 시인 '바이런'은 말했다.

"가장 뛰어난 예언자는 과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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