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속 숨은 진실 찾는 게 역사가 책무"
"기록 속 숨은 진실 찾는 게 역사가 책무"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2.06.25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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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주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장
"역사기록은 현재의 요구에 의해 뒤바뀔 때가 종종 있습니다.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그 뒤에 숨은 진실은 없는가 살피는 게 역사가의 책무죠."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장인 김선주 교수가 25일 아산 순천향대에서 '지역의식과 기억의 역사-김경서의 영웅화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특강했다.

그는 조선조 광해군 때 후금(후일의 청나라)과의 전투에 나섰던 무신들에 대한 후세 평가를 통해 그 시대적 의미를 분석했다.

김경서(1564~1624)는 명나라 요청에 후금 정벌(1619년)에 나섰다가 강홍립과 함께 후금에 항복한 장수다.

그 때문에 부정적 평가를 받았으나 포로로 잡힌 상태에서 후금 정세를 밀서로 전한 사실 등이 알려져 재평가되고 있다. 우리에겐 생소한 역사 인물이지만 북한에선 2007년 우표로 발행되기도 했다.

김 소장은 "김경서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배경에는 그가 평안도 용강 출신이란 이유가 있다"면서 조선시대의 서북민 멸시 풍조를 설명했다.

반면 그의 부하였던 김응하(1580~1619)는 전사하자마자 추앙 작업이 벌어졌다.

당시 조선 조정은 임진왜란 때 입은 '은혜'을 갚으려 노력했다는 걸 명나라에게 알리는 게 급선무였다.

김경서의 명예 회복은 18세기 이후 서북출신 유학자들에 의한 '영웅화' 작업을 통해 서서히 이뤄졌다.

조선후기 평안도 출신의 문과 급제자가 비약적으로 늘어나면서 가능했던 일이다.

김 소장은 "워싱턴대에서 홍경래 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으면서 조선시대 평안도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하버드대 정년보장(테뉴어)교수가 됐고, 지난해 한국인 처음으로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장(4대)에 임명됐다.

역대 소장은 미국 내 한국학 연구를 주도한 학자들로 초대 소장 에드워드 와그너 교수, 2대 카터 에커드 교수, 3대 데이비드 매캔 교수였다.

김 소장은 "하버드대에서 한국학을 강의하는 교수는 역사학, 인류학 등 4명으로 중국학(60명)이나 일본학(40명)연구소에 비해 턱없이 적다"며 "한국 기관이나 기업의 예산 지원이 미국에서 한국학 강의 교수를 늘리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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