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오체투지 <1>
티벳…오체투지 <1>
  • 윤승범 <시인>
  • 승인 2012.05.3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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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범의 지구촌풍경
황량한 미래

윤승범 <시인>

'머리 달리고 발 달린 짐승이 어딘들 못 가랴'라는 마음이 제 마음입니다.

한 곳에 안주하지 못하는 역마살의 근성. 잠시라도 정체되면 몸 전체에 욕창이 돋는 느낌. 힘들고 지쳐도 어디론가 가야 한다는, 그래서 내 몸에 묻을 더러운 때 같은 것들 다 털어내 버리고 싶은, 그런 본성으로 하염없이 갑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

그것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습니다.

지난 번 티벳을 갔을 때는 경황도 없고 고산병에 대한 근심으로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을 다시 배우러 갑니다. 2박 3일의 칭짱 열차도 흥미롭기는 여전했고 티벳인들의 오체투지라는 숭고한 의식을 자세히 보고 싶었습니다. 그들의 그런 간절한 열정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땅 욕심 많기로 소문난 중국인들이 황량하나 아름다운 티벳을 점령했습니다. 독립을 외치는 달라이 라마를 망명시키고 독립의 시위를 감금하고, 독립을 외치며 분신하는 승려들의 죽음의 소식들을 막았습니다.

그렇게 티벳은 종속되어 갔고 그것으로도 부족한 중국은 신속한 군대의 이동과 점령지의 원활한 지배를 위해 세계의 철도 전문가들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내린 칭짱 열차길을 뚫기 시작했습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고사성어는 아름답기나 하지요. 의도가 불순한 칭짱 열차는 타국을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중국인의 욕심에 점점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인간의 욕심으로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증거를 그들은 칭짱 열차로 보여줬습니다.

많은 인민의 희생과 시간으로 황량한 땅을 가로지르는 열차가 놓여졌고 티벳의 독립은 점점 멀어져만 갑니다. 그 열차를 타는 것은 제국의 침략에 동조하는 것이라는 약소민의 소리는 맞습니다. 타지 말아야 한다는 비명에도 불구하고 '나 하나쯤이야 탄다고 해서 무어 그리 해가 될까?' 라는 분열된 의식이 결국 칭짱 열차를 붐비게 만들고 맙니다. 얍삽한 민중의 의식이 결국 나라를 무너트리고 만다는 진리는 변함이 없습니다.

기차를 타고 싶은 마음에 갖가지 변명거리를 만듭니다. 그 열차를 타보면 약소국의 비애를 느껴서 여론 형성에 앞장설 수 있지 않을까? 칭짱 열차를 타고 제국의 야망을 체험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냥 후딱 타고 잠깐 가다가 내리면 되지 않을까? 벼라별 핑계를 다 갖추고나니 열차를 타도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갖가지 핑계를 대고 열차를 타기로 합니다.

중국에서는 영어가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북경역에서 열차표 사기란 어렵기 짝이 없습니다. 돗데기 시장 같은 기차역에서 티벳 수도인 라사행 표를 파는 곳에 줄을 섰습니다. 줄은 아무리해도 줄지 않고 고개를 빼고 보니 험악한 사내들이 마구잡이로 매표소로 얼굴을 들이밀고 표를 사가지고 가고 뒤에 선 유약한 중국인들은 그저멀뚱 멀뚱 바라 볼 뿐입니다.

노신의 소설에서 나오는 '아Q정전'이 따로 없습니다. 내 일 아니라는 사고방식. 그것은 이 나라나 우리나라나 다를 바 없습니다. 결국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고통을 겪을 것은 생각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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