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선물 해라"
스승의 날 "선물 해라"
  • 문종극 기자
  • 승인 2012.05.13 2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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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문종극 <편집국장>

결론부터 말하면 스승의 날 선물을 놓고 고민하지 말고 하고 싶으면 하라는 것이다. 단 '하고 싶다'면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러나 '해야된다'는 강박관념이면 하지말아야 한다. 근래들어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말들이 많다. 선물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안하면 우리 아이가 불이익을 당하지나 않을까. 촌지받는 선생. 스승의 날 휴업 등등.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진정으로 스승의 고마움을 아는 제자라면, 학부형이라면 '스승의 날 노래'를 부르다보면 가슴이 짠해진다. 자식이 '어머님의 은혜' 노래를 부를 때와 같다. '어린이헌장'의 기초를 닦아 반포하는 데에 힘썼고 동시(童詩)출현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강소천 선생(1915~1963)이 작사한 이 노랫말은 제자 입장에서 스승을 노래한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2절쯤에 스승의 입장에서 제자를 바라보는 애틋한 마음을 전하는 노랫말을 넣었으면 좋아겠다는 불만도 있지만 어쨌든 노랫말을 보면 스승을 하늘에, 어버이에 비교했다.

요즘 세태에 하늘과 같고 부모와 같다는 것이 새삼스럽다고 할 수도 있다. 구태한 중년의 느낌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맞다. 진리다. 스승은 하늘이요 어버이다. 특히 졸업식장에서 부르는 '스승의 날 노래'는 하늘이고 어버이임을 실감한다.

이 처럼 높디 높은 스승을 요즘 세태가 능욕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선물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것도 능욕이다. 선물하면 우리 아이한테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 자체도 능욕이다. 스승의 날 학생들과 함께 하지 못하고 임시휴업이란 이름으로 들로 산으로 스승을 내보내는 것도 능욕이다.

며칠전 한 교육출판 전문기업이 최근 전국 학부모 402명을 대상으로 '스승의날 선물'을 주제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고 피식 웃었다. 학부모들이 스승의날 선물로 가장 선호하는 선물이 카네이션이라는 것이다. 진정성만 담보된다면 이 보다 더 좋은 선물도 없다.

하지만 얼마전에 지나간 어버이날 선물 중 어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선물이 카네이션이었다. 한 식품회사의 조사결과였는데 이것이 이 시대 스승과 어버이의 차이인 것 같아서 실소를 금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학부모면 어버이다. 결과적으로 본인이 받기 싫어하는 것을 자식의 스승에게 선물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선물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극단적인 비교 같지만 이 두 조사결과로 보면 이제 스승은 어버이와 같지 않다는 요즘 세태의 메시지인 것 같아 씁쓸하다는 것이다.

이런 세태를 누가 만들었는가. 말할 것도 없이 본인들이 만들었다. 과도한 선물을 요구하고, 받은 만큼 그 아이에게 특혜를 주는 사도(師道)를 일탈한 소위 선생질(?)하는 일부 직업인이, 또 거기에 부화뇌동하는 개념없는 일부 학부모가 그렇게 만들었다. 그러니 스승과 부모가 동급이 될 수 없음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걱정할 일은 아니다. 이 처럼 선생질()하는 직업인과 개념없는 학부모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사회의 스승의 날을 앞둔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5년 전만해도 70% 이상의 학교가 스승의날 수업을 하지 않았다. 학교장 권한의 재량휴업으로 고액 촌지 등의 부작용에 대응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극히 일부에서만 휴업한다고 한다. 그 만큼 폐해가 사라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 같은 분위기가 무르익어 다시 스승이 하늘이고 어버이였으면 한다. 스승의 날 선생님들이 당당하게 학생들과 함께 했으면 한다. 또 자식을 맡겨놓고 한번도 찾아뵙지 못한 죄스러움을 갖고 떳떳하게 선생님을 찾아뵙는 학부모였으면 한다. 맨손으로 찾기가 미안해 학교 가는 길옆 마트나 편의점에 들러 마실 것 몇병 수준의 정성을 담는 것이 자연스러웠으면 한다. 이번 스승의 날은 그랬으면 한다. 나도 내일 얼마전 정년퇴임한 스승께 통화(전화)선물이라도 드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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