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파괴' 인간에 경종 울리는 자연의 힘
'환경파괴' 인간에 경종 울리는 자연의 힘
  • 전영순 <수필가>
  • 승인 2012.05.10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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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순의 미국에서 온 편지
전영순 <수필가>

토네이도 '아이린' 美 동부 강타 … 인명피해 등 심각

자연의 경이로움에 울고 웃고 … 순응하는 자세 필요

이웃 나라 이야기지만 남의 일이 아니다. 작년 쓰나미로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도쿄에서 북동쪽으로 60km 떨어진 츠쿠바시에 토네이도가 강타했다. 피해를 입은 주민들뿐만아니라 뉴스를 접하는 사람까지 자연재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니 자연의 위력에 우리는 주눅이 든다. 5월 6일 일본에서 일어난 토네이도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보통 태풍이나 허리케인은 여름철에 등장하는 불청객이지만 때 아닌 봄날에 무슨 횡포란 말인가?

자연의 위력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우리는 불시에 찾아드는 기상현상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그 불안과 고민은 각 나라별로 다르다. 일본이 지진과 쓰나미로 늘 불안하다면 미국은 토네이도, 허리케인 또 다른 나라에서는 화산과 사막의 모래바람 등으로 불안해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재해도 재해지만 남북한의 전쟁이 언제 발발할 지 몰라 불안해한다. 나는 90년대 초,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뉴스가 보도될 때, 라면을 두 박스 산 적이 있다. 허나 자연재해가 걱정되어 생필품을 산 적은 없다. 하여간 그때 라면과 부탄가스가 어느 가계든 거의 동이 났었다. 그리고 보면 대한민국은 참 살기 좋은 나라이다.

다들 한 번쯤 살고 싶어 하는 선진국 미국에 살면 자연재해쯤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과학과 기술이 세계최대강국이니까. 미국에 간 지 6개월 지났을 때 TV에서 토네이도 '아이린'이 미동부를 강타한다는 긴급뉴스가 숨 가쁘게 방송되었다. 나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예의주시하며 토네이도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아이린에 대한 뉴스가 보도된 다음 날 내가 살고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에 세찬 바람이 먹구름을 몰고 왔다. 8월 말, 시원한 바람과 비가 내리니 나는 좋았다. 창밖에 일렁이는 나무들이 궁금해 밖으로 나갔다. 거리는 한산했고 굵은 빗방울이 나뭇가지를 때리는 소리가 동네에 가득했다. 이웃 집들은 창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인기척조차 들리지 않았다. 나는 상가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싶어 핑계겸 찬거리를 사러 슈퍼에 갔다. 슈퍼에 들어서는 순간 깜짝 놀랐다. 슈퍼가 썰렁했다.

입구 양 옆으로 가득하던 과일이 텅 비어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서 토네이도가 미국인들에게 얼마나 무서운 가를 알았다. 모든 음식이 동이 난 것이다. 슈퍼에서 나와 다른 곳은 어떤가 싶어 다른 상업지역으로 갔다. 도로에는 교차로의 신호등이 두절되어 경찰차와 소방차가 긴급 사이렌과 깜박이를 깜박거리고 있었다. 다른 상가들도 정전으로 인해 판매가 정지된 상태였다. 주위는 온통 비상상태였지만 나는 순찰자마냥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집에 와 뉴스를 들으니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불과 몇 km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2층집이 날아가고 나무가 부러져 도로가 마비상태라고 했다. 다행히 그날 저녁에 토네이도가 노스캐롤라이나를 지나 워싱턴으로 북상했다는 소식에 아이린의 대한 나의 호기심은 끝이 났다. 미동부를 강타한 토네이도 '아이린'이 사라지자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인명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했다고 보도 되었다. 한국에서 지인들이 안부를 물어오기도 했다.

며칠 후 나는 NC대학교를 가다가 공원 앞에 새겨진 흥미로운 나무 조각을 발견했다. 이곳이 바로 토네이도 아이린의 직격탄을 맞은 거리였다. 부러진 나무에 누가사람을 조각해 놓았다. 주위는 부러진 나무를 잘라내고 지붕과 창문이 날아간 집들을 수리하고 있었다. 미국 집들은 한국과는 달리 허술하게 지은 집이 많다. 부서진 집들을 보면 어렸을 때 읽은 동화 아기돼지 삼형제가 지은 집이 떠오른다. 마치 시골에 나무로 지은 창고가 태풍이 지나간 뒤 무너진 것 같다. 토네이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을 때 토네이도의 위력과 대처방법을 수업시간에 배웠다. 지금까지 경험이 없는 지라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드리지 않았다.

우리는 위대한 자연 앞에 나약한 존재이다. 누구나 죽는다는 자명한 사실을 알면서도 열심히 살아간다. 내일의 종말이 올지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스피노자의 말처럼. 4월에 만발한 벚꽃에 눈물이 핑 돌고, 영산홍 붉게 핀 것만 봐도 우리 가슴에 물이 드는 계절이다. 우리는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에 울고 웃는다. 큰 재앙이 닥쳤을 때 경악하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체념한 채 우리의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자연을 파괴한다. 우리가 우리의 욕심을 위해 기술과 과학을 동원해 우리의 영역을 넓혀갈 때 지구는 우주와 대적하려고 자연의 힘을 동원한다. 자연의 힘도 우리의 욕심만큼이나 날이 갈수록 세력이 강해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우리의 편리함만 좇아갈 것이 아니라 우리와 공존하고 있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자연은 가끔 더불어 살아가자고 우리에게 경종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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