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과 꽃가루
꽃잎과 꽃가루
  • 한범덕 <미래과학연구원 설립자·청주시장>
  • 승인 2012.05.06 2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기고
한범덕 <미래과학연구원 설립자·청주시장>

제가 태어난 곳은 청주시 남주동입니다.

당시 청주는 큰 도시도, 시골도 아니었기에 저는 꽃 이름과 풀 이름을 잘 모릅니다. 그래도 그때는 대부분 개인주택에 살았기 때문에 마당에 작은 화단이 있어 나팔꽃이나 분꽃, 채송화 등의 꽃들을 보며 자랐고, 무심천변이나 포장 안 된 도로의 길가에서 질경이, 강아지풀, 토끼풀 등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파트로 거주 문화가 바뀌게 된 뒤로는 이나마도 볼 수가 없고, 그저 삭막한 콘크리트뿐인 생활환경이 은근히 염려됩니다. 다행히 이를 걱정하여 조경과 도시공원 조성 및 가로변 정비를 통하여 꽃과 나무들을 가꾸어 가고 있지만, 그래도 저희 어린 시절의 화단에 비해서는 그다지 정겹지는 않습니다.

꽃을 자세히 보면 그 형태가 각양각색입니다. 종 모양, 대롱 모양, 접시 모양.

왜 그렇게 다양한 모양이 되었는가에 대해서 중국의 과학자들이 지난해 8월, BBC방송에 나와 그 이유가 '꽃가루를 보호하기 위해서' 라고 발표를 했다고 합니다.

중국 우한대 윤 윤 마오 박사와 슈앙 콴 후앙 박사연구팀이 대학 주변과 우한 식물원에서 자라는 80종의 꽃을 수집하여 겉모양과 내부구조를 분석하고, 비가 올 때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강우량과 꽃의 형태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예를 들어 튤립은 비가 많이 오면 꽃의 방향을 바꾸거나 꽃잎을 닫아 버린답니다. 80종의 꽃 가운데 20종이 이와 비슷한 작용을 한다고 합니다. 열대분위기를 연출하는 천남성과(天南星科: Araceae)의 꽃들은 빗물이 들어오면 밖으로 흘려보낼 수 있는 물받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또 80종 중 절반 이상은 꽃가루가 빗물에 노출되었는데, 그 중 13종은 물에 잘 젖지 않는 '방수' 꽃가루를 갖고 있었다고 하네요. 이는 비로부터 꽃가루를 보호하기 위해 꽃이 스스로 형태나 구조를 다양하게 변화시킨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생명체의 종족 번식을 위한 노력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어떤 면에서는 절대적인 숙명인 것 같습니다. 가끔 '동물의 세계' 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면, 새끼를 낳고 그것을 기르는 동물들의 헌신적인 모습이 놀랍기만 합니다. 말 못하는 동물이지만 새끼에 대해서만큼은 자기를 희생하는 모습이 숙연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식물의 세계에서도 종족 번식을 위한 노력은 동물에 못지않게 대단한 것임을 이번에 중국학자들의 연구가 보여준 것이지요.

움직이지도 못하고 앉은 자리에서 자라나 예쁜 꽃을 피워 나비나 벌을 유인하여 수술이 만들어놓은 꽃가루를 암술로 가져가게 해서 종족을 번식하는 식물의 세계가 놀랍습니다.

또 이처럼 자기보호방책을 진화시켜왔다는 것이 더 놀랍지 않습니까? 확실히 자연의 세계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환경에 적응하여 종족을 번식시켜오는 생명의 신비함이 존재하는 듯합니다.

어릴 때 뛰어놀았던 마당 한쪽의 화단에서도 이러한 종족 보존을 위해 처절한 노력이 있었다고 생각하니, 이 세상 지어진 모두가 그저 신비로운 세계로 보이는군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