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보육의 덫
무상보육의 덫
  • 남경훈 기자
  • 승인 2012.05.01 19: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의 주장
남경훈 취재1팀장(부국장)

요즘 주변에서 "어린이 집 창업을 한번 해보고 싶은데 전망이 어떻냐"는 질문을 자주 받곤한다.

세대수가 있는 아파트단지 1층은 내놓기 무섭게 팔리고, 가격도 로열층과 다름없이 많이 올랐다고 한다. 기존 어린이집은 억대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기도 한다. 무상보육 확대로 어린이 집 인기가 대단하다.

청주시는 오는 8일부터 어린이집 신규 인가를 6년여만에 사실상 풀어준다.

그러나 정작 지방자치단체들은 답답하기만하다. 정부와 중앙 정치권의 일방적인 예산 편성으로 지난 3월부터 시작된 0~2세 영유아 무상보육이 예산부족으로 이르면 이달부터 일부 시·군에서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원인은 영유아 무상보육 재원을 당초 예산에 편성하지 못한채 여기저기서 예산을 끌어오면서 문제가 발생됐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는 추경을 세워 부족예산을 확보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가뜩이나 재정난에 휩싸인 지방정부들의 예산확보는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다. 사정이 이처럼 어렵게 되자 전국시도지사협의회에서 추경편성을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실제 충북만해도 추가로 확보해야 할 예산은 415억8800만원(도비+시·군비)이다. 결국 예산이 추가로 확보되지 못하면 당장 5월에는 괴산군·보은군·영동군·증평군·진천군·음성군 등 11곳이 사업을 멈춰야 한다. 또 8월이면 전국의 43%에 이르는 지자체에서 보육료 예산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예산이 동나도 당장 보육료 지원이 끊기는 것은 아니다. 3~4세에 배정된 보육료를 돌려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 역시 9월이면 올해 책정된 이 돈까지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방정부가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으면 정치권이 달콤하게 내걸었던 무상보육이 연말까지 지속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처럼 지방정부가 난색을 표하는 것은 재정 건전성에서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충북의 경우 채무잔액지수(전체 예산에서 빚이 차지하는 비중)를 보면 40%를 넘어섰다. 2010년(12월 말) 기준으로 46.66%이다. 지난 2004년 19.65%와 비교하면 2배 이상이 늘었다.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채무잔액지수가 각각 60%와 30%를 넘어서면 정상적인 지방재정 기능에 크게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단기적으로 이자 발생 비용이 가용 재원을 잠식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충북은 최악의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위험수위에 근접한 것이다. 만약 채무잔액지수가 더욱 나빠지면 복지사업을 못하게 되거나 신규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게 된다.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월급을 못 주는 사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재정 자립도도 높은 수준이 아니다. 2011년도 충북의 재정 자립도는 24.1%에 머물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준비 없이 시작된 무상보육에 지자체 곳간은 거덜날 판이다.

문제는 복지포퓰리즘 중 보육정책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돈을 많이 퍼부은 곳도 없다는 데 있다. 보육예산은 가파르게 늘어 2000년 대비 무려 21배에 달할 정도다.

내 아이와 가족에 대해 내가 져야 할 책임과 다른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져야 할 책임이 무엇인지 요즘들어서는 무척 혼돈스럽다.

결론은 복지는 공짜가 없다는 점이다. 무상보육이 결국 몇년 뒤 아니면 대통령선거가 끝난 당장 내년이라도 부모들이 부담해야 할 빚인지도 모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