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꽃 사람꽃
웃음꽃 사람꽃
  • 연규민 <칼럼니스트>
  • 승인 2012.05.01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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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연규민 <칼럼니스트>

어린이주일은 꽃주일이라고 불린다. 매사추세츠의 한 교회에서 어린이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애정으로 교육하여 건강한 인재를 기르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 꽃이 만발한 6월 둘째 주일을 어린이주일로 정했다. 이날 주변을 꽃으로 장식하고 어린이들에게 꽃다발을 선물했다. 우리나라는 소파 방정환 선생을 중심으로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정해서 지킨다.

우리 사회는 이런 바람과는 달리 침통하고 걱정스런 소식으로 가득하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학교 폭력과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자살 소식이다. 방송과 신문에서 학교폭력 대책을 위한 토론회를 수차례 열고, 경찰은 대대적인 학교폭력 소탕을 호언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린이 청소년들의 자살 소식은 계속 들려온다. 교육부의 학교폭력 실태조사와 발표는 어설프고 조악하기 그지없다. 도리어 애매한 기준으로 몇몇 학교를 폭력학교로 낙인을 찍기도 했다. 각종 대책과 토론의 내용은 근본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미 문제점과 대책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몇몇 대증치료로 적당히 덮고 넘어가려 한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대학 줄세우기와 이에 따른 대학입시병폐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이미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서울대를 몇명 합격시켰느냐 하는 것으로 학교의 우열을 평가하는 잘못 때문에 학교 교육이 파행을 면하지 못한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몇몇 학업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을 위주로 학교의 모든 초점이 맞추어지다보니 대다수 학생들이 학교에 정을 느끼지 못한다. 우월한 학생들을 위한 배려는 있지만 여러 사정으로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한 배려는 찾아보기 힘들다.

엄정하지 못한 행정과 사법처리도 사태를 악화시킨 요인 중 중요한 하나이다. 매번 큰 사고가 보도될 때마다 무자비한 처벌을 외쳐댄다. 각종 위원회가 난립한다. 그러나 사안마다 들쭉날쭉한 기준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어떨 때는 교육적 차원에서 선처하고, 또 다른 경우는 일벌백계로 다스린다고 하면서 가혹한 처분을 하니 처벌은 교육적 효과도, 개선효과도, 범죄억제 효과도 제대로 낼 수 없다.

우리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다. 정치권이 분명하게 나서보자. 서울대를 폐지하라. 대학원을 중심으로 연구기능만 수행해도 충분하다. 등록금을 낮추고 장학제도를 확충하도록 대학의 구조를 재조정하라. 가난한 학생들의 꿈을 시작도 하기 전에 깨뜨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학교폭력이나 분쟁에 대한 간결하고 명료한 처리절차를 만들라. 절차는 간결하되 처분은 다양하고 세분화하여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하라. 지금처럼 처리 절차는 복잡하고 처분은 단순하고 비합리적인 구조는 예방기능도 하지 못하고 피해구조 기능도 할 수 없다. 더욱 교화개선의 기능은 없다.

초·중·고교의 학교문화를 개선할 대책을 마련하라. 교사 충원을 다양화 하여 교직이 역동성을 가지도록 하라. 정체되거나 수직적이고 소극적인 문화를 탈피하도록 하자.

인생찬가로 유명한 미국의 시인 롱펠로우(H.W.Longfellow)가 "어린이는 인생의 꽃이다."라고 한 것도, 꽃주일이라고 부르는 것도 모두 같은 맥이 통한다고 하겠다.

꽃 중에 가장 아름다운 꽃은 사람꽃이다. 그중 제일은 어린이의 웃음꽃이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우리 사회가 가정의 꽃이요, 나라의 희망인 어린이를 꽃처럼 맑고, 밝고, 건강하게 잘 가꿀 수 있도록 다짐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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