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봄, 지구의 위기
사라지는 봄, 지구의 위기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4.30 2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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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취재1팀(부장)

몇년 전부터 이맘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날씨다. 사계절이 뚜렷했던 한반도 기후가 계절의 경계가 옅어지면서 우리나라도 기후변화와 환경위기론이 되풀이 되고 있다.

따스한 계절의 대명사였던 봄이 실종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삼한사온을 보여주던 겨울도 사라지고, 폭염과 열대야, 집중호우가 불규칙하게 찾아오는 여름만 늘어났다. 봄이 시작되려나 하는 사이 느닷없이 여름이 들이닥치고, 가을인가 싶으면 추운 겨울이 계속돼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예보해 왔다.

눈에 익은 풍경이 되고 있지만 올들어선 이러한 기후변화의 징후들이 눈에 띄게 빨라진 모습이다. 벚꽃과 목련, 라일락 꽃이 한꺼번에 피어나는가 하면 가루받이를 해주는 벌들의 움직임을 찾아보기 어렵다. 동시다발로 피어난 꽃들이 과연 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을지 걱정스러울 정도다.

그런가하면 4월의 마지막 날인 30일, 경기도 파주는 31.6도를 기록하며 올해 우리나라의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같은 날 중부지방 역시 28도를 오락가락하며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이는 예년 평균보다 최고 10도 가량이나 높은 수치다. 변화하고 있는 한반도 기후를 절감케 한 하루였다.

굳이 기록을 들춰보지 않아도 4월의 날씨는 기후변화의 징후가 심각하게 감지되었다. 4월에 눈이 내린 기록이 19년만인 것도 그렇고, 4월 중순 급작스레 쏟아진 집중호우와 강풍, 30도를 넘는 기온이 불과 한달 사이에 벌어진 것이다. 겨울과 봄과 여름이 4월에 다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변덕스러운게 날씨라지만 변덕을 넘어 이젠 막연한 두려움도 안겨준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열대기후로 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짙은 추측들이 올해는 아열대기후로 변하고 있다는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뜨거운 여름과 추운 겨울로 압축된 계절이 봄과 가을의 실종을 가져오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심각성이 어느정도인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보고서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말 대통령 직속기관인 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 기상청 등 정부 8개 부서가 작성한 보고서 '기후변화의 새로운 양상과 기본 대응방향'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에서는 과거 100년간 진행된 만큼의 온난화가 향후 10년간 급격히 진행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그리고 최근 40년과 비교해서는 기온 상승 속도가 최대 4배까지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이렇게 급속한 온난화로 인해 한반도는 2050년 겨울이 27일 줄고 여름은 19일 늘며 폭염과 집중호우 같은 극한 기상도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해 경각심을 주고 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속도와 폭이 전문가의 전망과 우려를 훨씬 뛰어 넘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기후변화는 단순히 기온의 상승만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높아진 기온으로 인해 자연생태계의 변화는 인류의 생존까지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삶과 생활에 다소 우회적 요소로 작용했던 날씨가 이제 직격탄이 되어 생존문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물론 이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지구촌이라는 말처럼 하나의 연관고리를 가진 지구가 같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변화를 알면서도 거대해진 공룡이 되어버린 지구의 위기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모두가 숙고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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