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봄을 즐겨요
몸으로 봄을 즐겨요
  •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12.04.26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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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교수의 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학교 초등교육과 교수>

온 세상이 꽃 천지이다. 꽃 때문에 세상도 아름답고 사람의 마음까지도 저절로 아름다워 질 것 같은 계절 봄이 왔다.

봄꽃이 말 그대로 사람들의 옷차림과 표정 까지도 꽃 같이 만들었다. 법정 스님의 말씀처럼 "온 천지가 꽃이지만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니 봄이 된 것이다." 여기에 곁들어 필자는 그 꽃이 우리에 마음속에도 피어 이 사회와 우리 집안에도 봄이 들게 할 것을 바라 마지않는다.

최근에 원예와 관련된 활동이 일반 대중에게 인기다. 우리 사회에 이런 원예 활동의 붐이 일어난 것은 점점 각박해지는 사회 현실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각박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으로서 원예 활동을 선택하고 있으며 원예 치료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원예 활동은 각박한 일상에서 인간의 정신적 회복을 추구하는 데 있어 주요한 활동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원예 활동은 쾌적하고 아름다운 생활공간을 창조하는데 있어서도 일조하고 있다. 방안의 작은 꽃바구니 하나, 거실의 관엽 식물 한 그루가 아파트 같은 공간구조에서 느끼는 획일성과 경직성을 식물 특유의 형태와 색채, 질감으로 완충시킬 수 있다. 또 한 식물의 품고 있는 초록은 유동감과 부드러움의 아름다운까지도 우리에게 선사해 주고 있다. 최근에는 식물의 보건적 기능도 강조되고 있다. 식물이 잎을 통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먼지를 흡착하여 공기를 정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에게 있어서 원예 활동은 환경을 가꾸고 관리하는 일임과 동시에 스스로를 관리하고 자신을 가꾸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이와 같은 원예 활동의 장점을 진작부터 간파한 서구 선진국의 경우 원예 교육을 대학의 필수 학점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며 자신의 집 앞마당의 잔디밭을 깎지 않았을 때 벌금을 물리는 독특한 문화적 관행이 존재하고 있다. 이런 것들은 우리들 시각에서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관행이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이 이런 원예 활동에 필요성에 대해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단면이기도 하다.

선진국들의 이런 사례에 견주어 원예 활동을 교과 교육 차원으로 가져오는 것에 있어서는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은 상당히 배타적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 원예 활동이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것과는 별도로 이것이 교육적 차원에 문제가 됐을 때는 강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이 때문에 원예 교육은 방과 후 학교나 자치 단체 차원의 문화 행사로 넘어가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과에서 이런 원예 활동과 관련 된 내용을 다루지 않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늘 저녁 자녀의 실과 책을 한 번 펴보라 거기에는 '봄이 와서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이 피니 봄이 되는' 새로운 내용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꽃에 물을 주고 양분을 주는 활동을 통해 인간을 가슴에 품고자 하는 교육 내용이 담긴 새로운 세상이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교과의 내용으로 원예를 다루는 것은 앞서 언급한 원예 활동의 심리적, 미적, 보건적 차원을 넘어 그것이 하나의 전인적으로 완성된 인간을 만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담고 있는 교과가 우리 학교 교육 속에 여전히 숨쉬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아이들이 가진 하나의 큰 행운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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