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가 동해가 되어야 하는 까닭
동해가 동해가 되어야 하는 까닭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4.23 2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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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연지민 취재1팀(부장)

지난 20일 급박한 문자가 배달됐다. 내용인 즉 '미국에서 21일까지 투표를 하는데 동해를 일본에 넘겨줄 것이냐, 아니냐에 관한 것으로 이걸 모르는 한국인들이 많다. 인터넷에 백악관 동해라고 치고 들어가서 투표하라'는 것이었다.

뜬금없는 문자의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과 일본 사이의 바다를 동해로 표기 할 것이냐, 일본해로 표기 할 것이냐를 두고 한·일 양국의 네티즌들이 벌인 투표였다.

문자 내용이 와전되긴 했지만 애국심을 자극한 문자 덕에 지난 22일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는 일시 다운되었다고 한다. 동해로 표기해달라는 청원 서명이 23일 9만 여명에 이르렀고, 일본해로 유지해달라는 청원에는 2만여명이 서명했다고 한다. 인터넷 강국인 한국 네티즌들의 순발력이 위력을 발휘한 순간이었다.

이 처럼 급작스럽게 벌어진 한·일 인터넷 신경전은 미국'버지니아 한인회'가 백악관 홈페이지에 "미국 교과서가 잘못된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일본해가 아니라 동해로 표기해야 한다"는 청원서를 올리면서 시작되었다. 이에 미주 일본인은 "일본해가 맞다"는 청원서로 맞대응하면서 국경을 넘어 한·일 네티즌들의 지원사격이 펼쳐진 것이다.

인터넷 세상에서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지만 사실 미국 백악관은 이번 동해나 일본해 표기에 결정권이 없다. 그럼에도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한 한국 네티즌들의 청원은 향후 미국의 여론을 움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그 의미가 크다.

더구나 미국지명위원회가 지난해 8월 IHO에 일본해로 단독표기할 것을 주장하고 있는 것에 비춰본다면 네티즌들의 청원 서명은 미국인들에게 한국의 또 다른 이미지를 안겨 줄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상의 공방전 이면에는 23일 동해 표기문제를 논의하는 국제수로기구(IHO) 총회를 염두에 둔 한·일 양국의 치열한 외교전이 복선처럼 깔려있다. 세계 바다의 지도를 발간하고 있는 국제수로기구는 이번 총회에서 동해와 일본해 표기 여부를 결정하는 논의가 주요 안건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 해도집 '해양의 경계'(S-23) 4판 발행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은 일본해와 동해를 같이 기록해 줄 것을 세계 각국에 강력히 요청해 왔다.

그 만큼 한국의 국제 경쟁력이 높아진 것도 있지만, 국제적 명칭이 고착화 될 경우 동해라는 명칭 자체가 세계지도 속에서 영영 사라질지 모른다는 절박함도 작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일본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는 소식이다. 80여년 일본해로 표기한 것을 주장하며 동해와 함께 표기되는 것을 완강히 반대하고 있고, 또 외교력을 동원해 세계 각국에 일본해 표기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팽팽한 두 나라의 외교전 탓에 동해 표기 문제는 총회때마다 주요 이슈가 되었다. 국제수로기구는 2002년과 2007년 총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결국 결론을 맺지 못한 채 올해 총회로 떠밀려온 셈이다.

세계 각국은 '단일 명칭 원칙'과 명칭 분쟁 해역이라는 점을 감안해 '동해와 일본해로 병기'해야 한다는 입장 차를 보이고 있어 모나코에서 열리는 이번 총회가 한·일 양국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관례가 무섭듯이 그동안 일본해로 표기되어온 동해를 단숨에 명칭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수백년 동안 일본조차 동해로 표기한 역사적인 근거를 차치하고서라도 뿌리 깊은 우리의 역사인식 속에 동해는 동해일 뿐이다. 한국인들에게 일본해가 동해가 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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