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숭생 숭 한 곡우 절기
싱숭생 숭 한 곡우 절기
  • 김성식 기자
  • 승인 2012.04.23 2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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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식기자의 생태풍자
김성식 생태전문기자<프리랜서>

때아닌 강풍으로 전국이 시끄럽다. 내륙인 충북만 해도 4월 들어 벌써 두 번이나 태풍 같은 강풍이 휘몰아쳤다.

태풍급 강풍이니 폭탄 저기압이니 하는 수식어가 말해주듯 위력 또한 대단했다. 멀쩡하던 비닐하우스가 순식간에 떠올라 엿가락처럼 휘어진 채 전봇대를 강타하고 철구조물로 된 축사지붕이 종잇장처럼 날아가기도 했다. 해가림 시설이 돼 있는 인삼경작포에서는 차광망이 찢기고 지주목이 부러져 어지럽게 흩날리는 등 폭설피해 이상의 손실을 가져왔으며 충남 서천의 한 마을에서는 마을회관 이층건물 지붕이 통째로 날아갔다.

비닐하우스가 만신창이 된 농경지에서는 한창 수확 중인 딸기와 수박, 참외, 토마토, 고추 같은 과채류들이 냉해를 입는 2차 피해까지 발생해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지붕이 날아간 축사에서는 졸지에 비바람에 노출된 닭과 오리 등 가축들이 날뛰는 바람에 한동안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이번 강풍의 위력을 몸소 겪은 사람들은 바람소리만 들어도 몸서리쳐진다고 혀를 내두르고 있다. 가만히 있다가도 어느 한 순간 느닷없이 불어닥쳐 돌풍을 일으켰기 때문에 느껴지는 두려움이 훨씬 더 컸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 강풍으로 양계장 지붕이 날아가 곤혹을 치렀다는 괴산의 한 농부는 "70평생에 올해처럼 4월 봄바람이 무섭도록 부는 해는 처음 봤다"며 "말이 강풍이지 태풍보다 더 큰 자연재해"라고 손사래쳤다.

어디 강풍 뿐인가. 올해 날씨가 이상하리 만큼 심상치 않음을 예고하는 증후는 더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울 지역에 19년 만의 4월 눈 소식과 함께 이상저온 현상이 찾아와 때아닌 냉해 걱정을 하게 하다가도 돌연 25도를 웃도는 날씨가 이어지는 등 '롤러코스터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말 제주도에서는 급기야 '51년 만의 4월 폭우'가 쏟아짐으로써 올해 날씨에 대한 우려의 폭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21일까지 한라산 윗세오름에 614mm를 비롯해 성산 110mm, 제주시 91mm 등 많은 비가 내렸고 특히 서귀포 지역에는 4월 중 강우량으로는 51년 만에 가장 많은 235mm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이로 인해 제주시 애월읍에서는 도로가 침수되고 차량이 고립됐으며 상가가 물에 잠기거나 낙석사고, 강풍에 의한 시설물 파손 등의 피해가 잇따르기도 했다. 7~8월 우기에나 일어날 법한 상황들이 4월 중순에 버젓이 일어났으니 이변도 보통 큰 이변이 아니다.

지난 20일은 공교롭게도 24절기 중의 하나인 곡우였다. 곡우는 농사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절기다. 이날을 전후해 못자리를 하기 때문이다. 농사 중의 농사인 볍씨 파종을 하는 날이므로 이날 만큼은 죄인도 잡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곡우 때의 날씨는 그 해 풍흉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옛 사람들은 곡우 절기에 맞춰 단비가 내려야 풍년이 든다고 믿어왔다. 반면 곡우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땅이 석 자나 마른다고 걱정했다. 또한 이 때를 즈음해 바람이 많이 불기 때문에 큰 바람을 몹시 경계했는데 특히 고온건조한 바람, 즉 높새바람이 불면 농작물에 해를 입힌다고 더욱 긴장했다.

올 봄 날씨와 관련해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해마다 연례행사였던 봄 가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지난달 20일 이후 내린 비로 전국 대부분의 댐과 보, 저수지에 물이 찼기 때문이다.

모처럼 만에 맞은 봄가뭄 걱정 없는 해, 그래서 농사뿐만 아니라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되는 해. 하지만 때아닌 강풍과 폭우가 그 보다 더 큰 우려를 동시에 자아내게 하는 싱숭생�!� 곡우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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