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박사학위 못믿겠다니
대한민국 박사학위 못믿겠다니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2.04.22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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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천안 부국장)

결국 탈당했다. 문대성 국회의원 당선자. 아테네 올림픽 때 멋진 뒤돌려차기로 상대를 KO 시키며 국민 영웅이 됐던 그다. 이후 승승장구했다. IOC위원, 대학교수, 무엇하나 남부러울 것 없던 상황에서 금배지까지 노렸다. 그는 스스로 '정치로 감동을 주고, 체육계의 발전과 변화하는 정치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정치에 입문했다'고 밝혔었다.

출사표는 거창했지만, 그의 정치 입문은 되레 화(禍)가 됐다. IOC위원, 교수직까지 그야말로 삭탈관직의 처지에 몰렸다. '출마하지 않았더라면…' 하고 탄식하는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탈당으로 끝날 일도 아니다. 의원직 사퇴-엄격히 말하면 당선자 신분 사퇴-를 않는 데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잠깐 며칠만이라도 대한민국 국회의원 명부에 이름이라도 올리려는 것은 아닌지. 설마, 한번 국회의원 명부에 올려지면 죽을때까지 매달 받게되는 120만원의 연금 혜택을 기대하는 건 아닐까.

걱정되는 건 그가 버티는 거다. 법적으로는 논문 표절했다고 그를 국회에서 내몰 방법은 없다. 무소속으로 그냥 국회의원직을 고집한다면 어느 누구 하나 그를 말릴 수 없다. 혹시 국민대나 동아대가 업무방해죄로 고소해 실형을 받는다면 모를까. 주말엔 IOC가 그의 위원직 박탈을 거론하고 나섰다. 세계적 망신이다. 대한민국 박사학위가 '×값'이 돼버린 분위기다.

논문표절이 말썽이 된 적은 이번 문 당선자 사례 말고도 꽤 많다. 현 정부 초기인 2008년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은 제자논문 표절과 논문 중복 게재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데 박 수석은 논문표절로 물러나진 않았다. 이후 추가로 부동산 투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낙마했다. 당시에도 집권당이 논문 표절에 대해 매우 관대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에는 김병준 교육부총리가 논문표절로 고개를 떨궜다. 13일 만에 하차했는데 공교롭게도 국민대 교수시설 썼던 논문이 표절과 중복게재 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망신을 당했다.

대학 총장도 논문 표절로 낙마한 이들이 많다. 2007년 총장 취임 56일 만에 물러난 고려대 이필상 교수는 평교수 때 쓴 논문 5편이 제자 논문 표절로 드러났다. 아주대 박재윤 총장도 2005년 논문표절 시비로 사임했다. 고도의 지성을 요구하는 상아탑에서 그것도 최고인 총장 반열에 오른 이들이 논문을 표절했다는 사실은 충격이었다.

뭔가 획기적인 방안이 나와야 할 때다. 학계는 우리나라에서 논문표절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를 대학 내부의 의지 결여로 보고 있다. 심사도 졸속이지만 논문 표절이 사실로 드러나도 당사자에 대해 가해지는 제재는 거의 없다. 논문표절이 문제 돼 해임당한 교수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실제 박미석 전 청와대 수석은 논문표절 의혹을 받고도 학교로 돌아가 지금도 교수직을 유지하고 있다. 고려대 이필상 교수도 마찬가지다.

이젠 달라질 때가 됐다. 당장 동아대가 문 당선자의 교수직 박탈을 고려중이다. (봐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우리 국민 1억개의 눈이 지켜보고 있으니?) 차제에 국내 대학들이 석·박사학위에 대한 표절 여부를 심의하고 표절 교수를 '단죄'하는 공동 기구를 설립해 보는 건 어떨까. 대학 재단들의 내 식구 감싸기, 정권의 간섭 등에서 자유로운 심의기구 말이다. 대학들엔 미안하지만 오죽하면 이런 얘기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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