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가해자 처벌에만 매달릴 것인가
언제까지 가해자 처벌에만 매달릴 것인가
  • 충청타임즈
  • 승인 2012.04.18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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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에 시달리던 경북 영주의 남중생 투신자살 사건은, 그동안 '완벽한 예방책'을 강구했다고 앵무새처럼 떠들던 당국을 아주 곤혹스럽게 했다.

이번에도 해당 학교는 가해학생들이 오랫동안 죽은 학생을 괴롭혀 왔는데도 전혀 몰랐다고 하니 할말을 잊게 한다. 경찰과 교육계는 물론이고 온 나라가 마치 무슨 시합이라도 벌이듯 학교폭력 대책에 호들갑을 떨더니 결국 돌아 온 건 또 한명, 어린 학생의 가엾은 죽음 뿐이다.

당장 가해학생의 처벌과 감시에만 매달리는 지금의 학교폭력 대책이 도마위에 올려져 비난을 받고 있는데, 사실 이런 지적은 맞다. 충청타임즈도 이미 몇 차례 이런 문제점을 적시하며 당국에 발상의 전환을 촉구해 왔다. 이런 식이라면 학교폭력 예방은커녕 학생 전과자나 나이어린 사회부적응자들만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러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보복적, 혹은 물리적 대증요법에 집착할 게 아니라 폭력학생들을 키울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의 교육정책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유치원부터 시작되는 경쟁위주의 교육정책 하에선 학교폭력은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로지 국 영 수로만 순위가 매겨지고, 여기서 뒤처지면 사람취급조차 못받는 대한민국표 교육이 계속되는 한, 상대를 인정하고 동료를 배려하는, 그래서 서로가 친구로서의 동질감을 공유하는 학교문화는 원초적으로 불가능하다. 같이 축구공도 차고, 같이 화단도 가꾸며. 때론 학교 뒷동산에 올라 풀숲에서 서로 어울려 나뒹구는 이른바 '인간교육'이 실현되지 않는 한, 학교폭력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 5일제 수업 이후 주말 스포츠 활동이나 야외 단체활동을 강화한 학교에서 긍정적 효과가 많이 나타난다는 언론보도가 빈발하는 걸 보면 교육당국이 앞으로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지는 분명히 나와 있다.

학교폭력이 주로 발생하는 중고등학교의 학생들은, 어쨌든 뭐든지 배우고 깨우쳐야 할 미성숙의 존재라는 점에서도 지금처럼 가해학생을 처벌하고 또 격리시키는 처방만으로는 결코 해법을 도출해 낼 수 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교육당국은 물론 정부의 어느 부처에서도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왜곡된 교육정책을 바로 잡겠다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들이 내놓는 대책이라고 해 봤자 하나같이 사람들을 불러 모아 회의하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이를 언론에 홍보하는 것 뿐이다.

이러는 사이, 영주 중학생 투신자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엔 같은 또래의 경북 안동 여중생이 또 아파트에서 몸을 던졌다. 이 학생은 오직 1등만이 대접받는 성적지상주의 때문에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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