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민인 것이 부끄럽다
천안시민인 것이 부끄럽다
  • 조한필 기자
  • 승인 2012.04.18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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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조한필 부국장(천안·아산)

천안 문화예술계가 두 단체 수장(首長) 선임 문제로 시끄럽다. 천안 미술인 100여명이 가입된 한국미술협회 충남지회(충남미협)는 지회장 인준 문제로, 천안서북구문화원(옛 성환문화원)은 원장 선출과정으로 티격태격이다.

충남미협 회장과 서북구문화원장에 선출된 당사자들에 대해 일부 회원들이 거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충남미협은 회장 선출과정에서 상위 기관인 한국미협 지시를 거부하고 출마 자격이 없는 현모씨를 뽑았고, 서북구문화원은 이모 회장이 선거과정에서 회원들 향응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충남미협이나 천안서북구문화원은 충남도·천안시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이들 단체가 많은 도민과 시민을 회원으로 갖고 있어서다. 현재 이 두 단체 불협화음으로 보조금 지급이 보류되거나 중지됐다. 충남미협은 다가온 충남미술대전 보조금 4000만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서북구문화원은 직원 인건비 등 1억원에 가까운 도·시비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두 단체 사업이 올스톱 상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충남미협 대다수 회원인 천안 미술인과 천안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충남도 예술팀이나 천안시 문화예술팀은 뒷짐만 지고 있다. 해당 단체 회원들이 반발하고 있어도 물끄러미 관망만 할 뿐이다. 단체들이 스스로 풀어서 해결할 문제라는 것이다. 관(官)에선 개입할 소지가 없다는 핑계다.

이 같은 충남도·천안시 태도에 시민들이 분개하고 있다. 수천만원의 도민·시민 혈세를 지원하면서 행정기관이 너무 무책임하다는 비난이다. 한 충남미협 회원은 "충남미협이 파행을 겪고 있는 것은 행정기관이 회원들 의사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집행부와만 통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래서 문화예술단체 수장들이 '문화권력'으로 성장하고 그 혜택을 독점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말인즉, 관이 방조 나아가 '협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젠 관이 나서야 할 때라는 게 중론이다.

예전부터 일각에선 문화예술계와 행정기관(官) 밀착 의혹이 심심찮게 거론됐다. "지자체의 수억원대 작품 공모전에 당선되면 해당기관에 리베이트를 상납한다." "(문화예술계 수장들이)지자체장 재선 운동에 적극 협조한다." 물론 이런 얘기에 대해 믿을만한 근거는 없다. 그렇지만 해당 회원들은 아직껏 의혹스런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다.

왜 이렇게 문화예술계가 혼미스러울까. 지난달 20일 문제가 된 충남미협 회장이 천안시청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한 기자가 물었다. "이 모든 문제가 회장직에 너무 연연해서 벌어진 일이 아닌가" 현 회장은 특별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문화예술계 수장으로 나서려면 모든 면에서 떳떳해야 한다. 지역을 대표하는 인사로서 지역 주민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천안 문화계는 그렇지 못하다. 단체 구성원들로부터 불신을 사고 있다.

충남미협은 3년 전처럼 또 소송·고소에 휩쓸릴 조짐이다. 일부 회원들이 한국미협의 충남미협 회장 인준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이어 법적·행정적 대응에 나설 채비다. 천안서북구문화원도 폭풍전야를 맞고 있다. 지난 2월 성환읍체육회 필리핀 납치사건과 관련돼 문화원 이사진 4명이 해외성매매 혐의로 충남경찰청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만간 검찰 송치에 따른 기소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천안시민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당사자들의 바른 선택을 기대한다. 천안은 원장 성추행 파문으로 50년 전통의 천안문화원이 문을 닫은 뼈아픈 전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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