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말과 ~ 입니다
단위말과 ~ 입니다
  • 김우영 <소설가>
  • 승인 2012.04.18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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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의 에세이-우리말 나들이
김우영 <소설가>

집단사회라는 구성체에 얽매여 살다보니 서로 따지는 일이 자주 생긴다. 이 문제를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불상사가 생긴다. 그래서 일정한 단위말을 규정하고 이를 준수하며 살아간다.

단위말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특히 농촌의 땅과 관련한 단위말을 살펴보자. '뙈기'는 경계를 지어 놓은 논밭의 구획, 또는 그 구획을 세는 단위이다. 밭뙈기, 논뙈기, 땅뙈기 등이다. 예로는 "밭 한 뙈기를 부쳐 근근이 먹고 살고 있다."이다.

'밭뙈기'에 채소, 과일 등 농작물을 심고 가꾸어, 수확 할 때가 되면 대부분은 외지의 상인에게 '밭떼기'로 팔지만 트럭이 있으면 직접 싣고 나가 '차떼기'로 넘긴다. 이때의 '차떼기'가 오늘날 정치인들이 종종 하는 돈 차떼기의 시원지(始原地)이다.

바둑에는 수(手)를 사용한다. 바둑 한 수, 두, 꼼수, 꾐수, 속수(俗手), 법수(法手), 자충수, 물림수 등이다. 여기서의 수는 손 수자로서 손으로 하는 한 수, 한 판을 두는 것을 말한다. 동전을 셀 때는 한 잎, 두 잎 / 밥은 한 끼, 두 끼/ 밥 먹기에는 한 술, 두 술/ 상 차리기에는 한 상, 두 상 / 소문내기는 한 입. 두 입 이다.

이렇게 사물의 분량을 세는 단위의 명칭을 명수사(名數詞) 또는 양수사(量數詞)라고 한다. 대포의 수를 세는 말은 문이다. 대포의 수량 단위는 문(포문)이지만, 펑 날리는 횟수를 말할 때는 한 방, 두 방을 말한다. "비격진천뢰 일문이 한 방을 갈기니 왜선 한 척이 대번에 터져 라라앉아 버렸다!"

방송국이나 행사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대부분 "~ 가 되겠습니다. ~ 있겠습니다."

→ ~ 입니다. ~ 있습니다로 바꾸어 표현해야 맞다.

일기예보 방송에 비는 소강상태가 되겠고, 비올 확률은 40%가 되겠습니다. 낮 최고 기온은 25도가 되겠으며,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한 날씨가 되겠습니다.

→ 비는 소강상태이고, 비올 확률은 40% 입니다. 낮 최고 기온은 25도이며,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합니다. 라고 말해야 한다.

이곳은 회의실이 되겠습니다. 정답은 3번이 되겠습니다. 총 사업비는 4억원이 되겠고, 전액 국비가 되겠습니다. 다음은 국민의례가 되겠습니다.

→ 이곳이 회의실입니다. 정답은 3번입니다. 총 사업비는 4억원이고, 전액 국고 입니다. 다음은 국민의례입니다. 라고 말해야 한다.

좋은 하루 되세요. 즐거운 여행되세요. 여행 잘 다녀오세요.

→ 좋은 아침 되세요. 좋은 여행 되세요. 여행 잘 다녀오세요 처럼 상황에 따라 바른말을 써야 한다.

술·담배를 줄여야 되고, 기름진 음식을 피해야 된다.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 긴장됐다. 과거사도 규명해야 되지만 경제부터 살려야 된다.

→ 술 ·담배를 줄여야 하고 기름진 음식을 피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 긴장했다. 과거사도 규명해야 하지만 경제부터 살려야 한다. 로 순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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