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쑥날쑥 여론조사
들쑥날쑥 여론조사
  • 이재경 기자
  • 승인 2012.04.15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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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천안 부국장)

한 지방 신문사 기자가 4·11 총선 열흘 전쯤 자신이 쓴 선거판세 분석기사로 홍역을 치렀다. 세 명의 후보가 나선 선거전 판세를 보도했는데 편집자가 부제를 '1강 1중 1약'으로 달았다. 근거는 3월 23일 발표된 지방 방송 3사의 여론조사 결과였다. 이 기자는 기사의 리드 부분에 이를 전제하고 'A후보가 몇%의 지지율을 얻어 B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 내용에서 '1중'에 해당하는 B 후보 캠프에서 그 기자에게 득달같이 항의 전화를 했다. "왜 불리한 여론조사를 근거로 보도했느냐. 다른 조사에선 우리가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며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실제 이후 다른 신문사의 여론조사에서 B후보는 A후보를 크게 앞서고 있었다. 그러나 최종 결과는 A후보의 압승. 투표 결과 상대를 10%포인트 이상의 큰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한 언론사들의 빗나간 여론조사 결과는 이 선거구뿐만이 아니었다.

최고의 반전 사례 중 한 곳은 경기 광명을 선거구였다. 전재희 후보(새누리당)는 중앙방송 3사의 여론조사(4월2일)에서 44.5%대 31.8%, 선거 당일 출구조사에서도 49.4%대 46.0%로 민주통합당 이언주 후보를 눌렀으나 결과는 46.1%대 50.0%로 반대였다.

2010년 6월 민언련과 회원단체들로 구성된 6·2지방선거 모니터단이 최악의 선거 관련 여론조사 보도사례를 선정해 발표했다.

1위는 불명예스럽게도 충북에서 나왔다. 기사는 당시 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이시종 후보와 정우택 후보의 대결구도를 다뤘다. 선거를 1주일 앞두고 보도됐는데 제목이 '충북도지사 1위, 정우택 압도적'이었다.

해당 언론사의 보도 근거는 다름 아닌 여론조사 결과였다. 지역 언론사들이 그 해에 스물다섯 번이나 했던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가 24회나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을 근거삼아 보도했다. 모니터단은 이걸 경마식(경마처럼 흥미위주의), 선정적 보도라고 지적했다. 현 시점이 아닌 과거의 각종 언론조사 결과를 쭉 모아놓고 '24:1'이라고 부제까지 달아 정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보도를 했다는 것이다. 그 여론조사 결과가 다 믿을 만한 것인지도 의문이었다. 선거 결과도 반대로 나왔다. 이시종 후보는 득표율에서 정 후보를 5.3%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당선됐다.

부동층 표심을 모른다는 점과 유권자들의 변심도 원인이겠지만,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예측보도가 실제와 달리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준 미달의 조사 결과를 수용하는 태도에 있다. 조사결과가 신빙성 없는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불구, 이를 그대로 보도하기 때문이다.

독자를 위한 정보 제공 목적의 순수성은 인정되지만 응답률이 3%대에 불과한 여론조사를 해놓고 그 결과를 보도하기도 한다. 3% 응답률이라면 ARS 방식인 경우 1만명에게 전화를 걸어 300명이 답한 결과를 수용해서 얻어진 것인데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심지어 4월 2일 발표한 중앙 방송 3사의 여론조사 보도마저 응답률은 12.8%에 그쳤다. 더구나 집 전화만 대상으로 했다.

여론조사 보도는 유권자에게 정보도 제공하지만 여론을 특정 방향으로 몰고 간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휴대폰이 배제된 방송사들의 여론조사. 응답률이 한자릿수도 안되는 조사 결과를 응답률조차 알리지 않고 그대로 보도하는 신문들. 이젠 선관위가 어떤 가이드 라인을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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