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사두(saddu)를 만나다 <7>
인도에서 사두(saddu)를 만나다 <7>
  • 윤승범 <시인>
  • 승인 2012.03.2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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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범의 지구촌풍경
윤승범 <시인>

목적지를 안다면서도 계속 헤매는 릭�:邦� 안쓰러워 보이고 뜨거운 햇살에 짜증이 솔래솔래 피어오릅니다. 다시 묻습니다.

"어딘지 안다면서유?"

"알아요, 썰~."

그리고는 모릅니다. 가다가 상인에게 길을 묻습니다. 가르쳐 주는 모든 손가락이 중구난방입니다. 한 사람은 지리산을 가르키고 다른 사람은 가리산을 가르킵니다. 지리산 가리산이 따로 없습니다. 그 와중에 릭�:邦� 점점 땀 범벅이 되고 뙤약볕 릭샤에 앉은 나는 점점 붉게 익어 갑니다. 인도에 온지 며칠 안됐는데 피부 색깔은 벌써 인도인입니다. 어딘지 몰라도 갑니다. 목적지는 잊었습니다. 오로지 릭샤만 몰고 갑니다 -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라는 소설이 생각이 납니다. '혹시 이 릭�:防煊� 여편네가 죽어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불안감으로 이렇게 하염없이 릭샤를 모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듭니다. 내게 묻습니다.

"결혼 했나요? 썰~."

"아니유."

"나는요, 결혼 했어요. 썰~ 아이가 넷에다, 마누라 하나, 그리고 늙은 부모를 모시고 살아요, 썰~."

"네, 그래유."

"썰~은 부잔가 봐요? 이렇게 여행도 다니시고."

"아니유. 돈 모아서 다니는 거유."

"썰~은 참 부자처럼 생겼어요. 썰~."

도대체 내가 찾는 강가 게스트 하우스는 제쳐두고 자기네 일가족의 신상 파악은 왜 알려 주는지 그 이유를 모릅니다. 내 생전 나 보고 부티가 나 보인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 소리라 벙벙합니다. 그렇게 하염없는 땡볕을 돌아 간신히 목적지에 나를 부려놓습니다. 릭�:邦� 목에 두른 더러운 수건으로 땀을 훔치고 내 눈치만 보고 있습니다.

"월매지유?"

"알아서 줍시오, 썰~."

-알아서 달라고? 이건 채만식 선생의 태평천하 첫머리에 나오는 대사 아니여? 혹시 이 분의 전생은 한국에서의 인력거꾼?-

"얼마를 드려야 하는지유…?"

"알아서 줍시오, 썰~. 애새끼가 넷이고, 부모는 병들고, 이렇게 땀을 흘리며 한 시간을 왔시여, 썰~."

요금이 얼마냐고 물었지 누가 자기 신세타령을 듣자고 했나요. 넉넉히 준다고 묻습니다.

"여기 30루피면 돼요?" 받지 않습니다. 눈은 말똥말똥, 손만 비비적 비비적하고 있습니다.

가난하다는 것은 조금 불편할 뿐이라고 누가 그랬나요? 아니요. 불편한 것이 아니라 서글픈 것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다고 누가 그랬나요? 아니요. 가난하다는 것은 눈물나게 서러운 것입니다. 누구도 그 앞에서 욕해서는 안 되는 절절한 슬픔입니다. 가난이라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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