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발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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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7.0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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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경산초 교사 김주연
아이들과 함께하는 성장

설렘과 기대로 시작한 나의 새 학기가 벌써 넉 달이 지났다. 2년 3개월간의 육아휴직 후 5일이라는 짧지만 알차고 유용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던 연수를 마친 뒤 다시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5, 6세가 된 연년생을 키우며 늘 탈출하고픈 욕구에 다시 학교 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내게 맡겨진 학년은 나의 아이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1학년, 그것도 37명이나 되었다. 입학식을 준비하며 이런 저런 생각으로 전날 밤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처음 만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하나. 또한 아이들 만큼이나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와 걱정을 안고 찾아올 부모들에겐 어떤 말을 해야 하나.

다음날, 씩씩하게 다가와 인사하는 아이, 쭈뼛쭈뼛 망설이는 아이, 서먹해 하는 아이 등 각각의 아이들에게 명찰을 걸어주고는 인사말을 건넨 뒤 한 번 씩 안아주는 것으로 아이들과의 첫 만남을 시작했다. 아이들 뿐 아니라 나 역시 적응기간인지라 초등 1학년에 관한 책을 찾아 읽고 또 읽고, 인터넷을 뒤지며 고민하는 긴장의 날들을 보내느라 새벽 2시가 되면 어김없이 잠에서 깨어났다. 왕복 2시간 이상의 운전과 누적된 피로로 2주가 채 지나기도 전에 어깨 통증과 함께 손가락 마디가 부어 주먹이 쥐어지지 않는 아픔을 가족과 의사에게 호소하게 되었다. 이렇게 찾게 된 병원에서 우연히 뵙게 된 전임교에서 함께 근무했던 김봉재 선생님으로부터 '우리들은 1학년' 지도를 위한 도움 자료를 얻게 되었고 그 후로는 3월 한 달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4월이 되자 봄의 불청객인 황사에도 불구하고 산과 들엔 앞 다투어 꽃소식이 전해졌고, 우리 반 아이들도 온 몸으로 야외활동을 원하기에 이르렀다. 입학식 후 첫 월요일의 애국조회와 더불어 시작된 운동장 활동을 통해 나의 목표였던 '아이들 입에서 학교에 오기 싫다는 말이 절대로 나오지 않게 해야겠다'는 내 낭만적인() 생각이 학교 근무를 힘들게 함을 알게 되었다. 밀폐된 교실로부터의 해방감에서였을까. 말 그대로 아이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였다. 앞으로의 1년이 편하기 위해서는 처음에 아이들을 꽉 잡아야 한다는 선배 선생님들의 말씀이 귀를 맴돌았다. 거듭되는 운동회 연습으로 지치는 건 나일뿐 아이들의 샘솟는 에너지는 교실에 들어와서도 넘쳐날 뿐이었다.

우리 아이들의 넘쳐나는 활력은 현장학습에서 그 불꽃을 발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지쳐 잠들 만도 한데 나의 예상은 여지없이 어긋나 버렸다. 하지만 처음 운동장에 아이들을 세웠을 때의 그 막막함과 아득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반복과 훈련으로 운동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동안 아이들은 계절의 변화만큼 눈부신 성장은 아니더라도 정말로 많은 성장을 했다. 아직도, ADHD를 의심케 하는 녀석, 꾀를 부리느라 늘 배가 아프다고 징징대는 녀석, 공부시간에 주저 없이 앞으로 나와 '쉬'를 말하는 녀석, 쉬는 시간인지 공부 시간인지 구분하지 못해 선생님이 수업 시간임을 열심히 부르짖어야 잠시나마 주의 집중을 하는 녀석, 자기중심적 사고와 행동으로 잦은 다툼을 일으키며 교사의 관심을 끌려하는 녀석 등이 있지만, 이젠 어느 정도 딱딱한 의자에도 적응이 되었고, 친구의 입장을 배려할 줄도 알게 되었으며, 여러 가지 규칙에도 익숙해져 가고 있다.

교실 급식이 끝나고 아이들이 하나 둘씩 집으로 돌아가고 나면 텅 빈 교실의 적막감이 잠시 나를 둘러쌈과 동시에 입에선 저절로 '후유'하고 깊은 한숨이 새어나온다. 집으로 돌아간 나의 말썽꾸러기들은 지금 무엇을 할까 내일은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귓전에 맴도는 귀여운 개구쟁이들의 낭랑한 노랫소리에 설핏 미소를 떠올리는 이 아련한 감정은 무엇일까 아이들의 성장과 함께 조금씩 교사로서 성숙해져 가는 내 모습이 느껴져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번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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