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범의 지구촌풍경
윤승범 <시인>아수라 같은 바라나시 역을 빠져나옵니다.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은 어디나 번잡하기 그지없습니다. 더구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삶의 악다구니는 더해집니다. 역 앞 저만치에 공동 화장실이 보입니다. 볼일을 본다고 갔다가 기겁을 했습니다.
영상 40도를 웃도는 날씨라 좁은 화장실에 앉아서 볼일을 본다는 것은 끓는 가마솥에 앉아 있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 문 밖에다 볼일을 보아 놓고 또 다음 놈은 그 밖에다 볼일을 봐 놓으니 화장실 주변이 온통 똥투성이입니다. 더운 나라에서의 더러운 풍경입니다.
역 밖에도 아수라장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온갖 교통수단이 다 돌아다닙니다. 사람이 끄는 인력 릭샤, 자전거로 끄는 싸이클 릭샤, 오토바이로 끄는 오토 릭샤. 모든 릭샤들이 장사진을 치고 달려들어 정신을 확 빼 놓습니다. 어디 가느냐? 나랑 가자. 어디서 왔느냐? 숙소는 내가 잘 안다.
난 이 동네에서 30년 동안 삐끼로 살아 온 놈이다. 나랑 친구하자. 친구야 반갑다. 너네 나라에 내 친구들 많다. 내 릭샤는 최신식 릭샤다. 내 릭샤는 울긋불긋하다. 타라. 가자. 그 혼잡의 와중에 그나마 순진해 보이는(?) 릭�:方� 흥정을 합니다. 내가 묻습니다.
"강가 게스트 하우스 알유?"
"옛썰~, 알지요. 썰~"
"그럼 갈유?"
"옛썰~"
어쨌든 안다고 하고는 갑니다. 몰라도 갑니다. 내 가는 곳을 제가 어딘지 몰라도 일단 손님이 올라타면 절대 멈춰서는 안된다는 규칙이 있는 것처럼 무조건 갑니다. 가면서 내게 묻습니다.
"어디서 왔어요? 썰~"
"한국이유"
"아 거기 알아요, 썰~ 거기 내 친구 있어요,"
릭샤를 운전하는 와중에도 어느 여행자가 써준 방명록을 보여주고 같이 찍은 기념사진도 보여줍니다. 한참을 가도 도통 목적지에 가까이 가는 것 같지가 않습니다. 뱅뱅 돕니다. 아까 본 건물과 골목이 자꾸 나옵니다. 내가 다시 묻습니다.
"어딘지 알유?"
"알아요. 썰~"
안다면서도 모릅니다. 웃통을 벗은 릭�:邦� 검은 피부의 등판은 땀으로 번들거리고 자전거 페달은 자꾸 빠져 나오면서 삐걱거립니다. 언덕을 오를 때면 릭�:� 작고 허름한 몸뚱이가 하염없이 초라해 보입니다. 그래도 하염없이 갑니다.
가지 않을 수 없는 길입니다. 릭샤에 사람이 타면 가야 하듯이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얼마 전 본 풍경이 생각이 납니다. 허리가 반 넘어 굽어진 할머니가 박스를 실은 리어카를 밀며 가고 있었습니다. 힘들어 보였습니다. 얼마 살지 못할 것처럼 보였으나 그렇게 목숨이 붙어 있는 날까지 가야 합니다. 그게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宿命)일 것입니다. 질기고 힘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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