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돌고 유행도 돈다
지구는 돌고 유행도 돈다
  • 강희진 <한국문인협회 음성군지부장>
  • 승인 2012.03.0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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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강희진 <한국문인협회 음성군지부장>

1980년 미국 가수 레이프가렛의 내한 공연이 서울에서 있었다. 중학생이었던 나는 텔레비전을 통해 공연을 보았다. 금발의 곱슬머리 청년은 멋진 머리를 휘날리며 'I was made for dancing'을 불렀다. 그 때 열광의 도가니였던 광경이 떠오른다. 여기저기서 손수건을 던지고 흥분한 나머지 졸도해서 실려 나가는 여학생들이 속출했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엄마는 그 열기와 환호성에 놀라워하며 다 큰 처녀들이 더구나 대학생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코쟁이 놈이 뭐가 좋다고 난리를 치느냐며 혀를 차셨다.

하지만 나는 엄마의 말씀을 귓등으로 흘렸다. 현장에 있었으면 환한 미소와 어깨를 들썩이는 그 몸짓에 나도 넋을 잃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공연 이후 두고두고 'I was made for dancing'은 내 애창곡이 되었고 책받침속 사진에서 웃고 있는 멋진 레이프가렛은 내 학창시절을 함께 했다.

그런데 30여년이 흐른 지금 K-POP스타들에게 열광하는 세계의 사람들을 보면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싶다. 이제 우리나라 스타들이 세계인에게 설렘과 신비함을 주는 것 같다.

또 하나 더 놀라운 거라면 포대기에 관한 것이다. 파란 눈의 서양여성들이 우리나라 전통 포대기로 아기를 업는 사진들을 인터넷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고 포대기를 파는 외국 사이트에는 '코리안 포대기'라는 것과 업는 방법 그리고 좋은 점이 올라와 있다. 그들의 포대기 사랑은 한국 사람인 우리보다 더 했다.

이번 기회에 나도 포대기에 관한 잘못된 생각을 속 시원히 풀게 되었다.

큰아이는 별나게 어부바를 좋아했다. 잠을 잘 때도 업어야 잠이 들었고 떼를 쓸 때도 포대기를 끌고 와 어부바를 외쳐야만 가라앉곤 했다. 또 친정과 시댁이 멀어 누가 아이를 봐 줄 사람이 없어 외출할 때 늘 업고 다니곤 했다.

그런데 자라고 나서 보니 업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작은아이의 다리는 곧은데 큰아이는 약간 'O'자형으로 바뀌었다. 많이 업어주어 다리가 'O'자형이 되었나 보다는 이웃 사람들의 얘기를 믿고 후회를 했다. 나 뿐 아니라 우리나라 엄마들 중에는 업어주면 다리가 휜다는 오해 때문에 포대기를 멀리 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아기들은 태어날 때 'O'자형 다리로 태어난다고 한다. 그러다가 걷기 시작하면 일자로 바뀐다는 것이다. 그러니 'O'자형 다리는 많이 업어 주어 그런 것이 아니라는 전문가의 인터뷰를 들었다. 거기다 업으면 아이 다리가 'O'자형이 되기에 아이가 가장 편안하게 느낀다고도 했다.

이번 포대기 한류 열풍에서 포대기의 재발견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은 엄마의 등 뒤에서 숨소리와 맥박소리를 통해 뱃속에서 느꼈던 편안함을 느낀다고 한다. 또한 엄마는 아이를 업으면 두 손이 자유로워 집안일 등을 할 수가 있다. 등 뒤에서 아이는 고개를 내밀고 엄마가 하는 집안일, 요리, 바깥풍경을 경험하고 그것이 놀이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포대기의 좋은 점이 왜 이제야 알려지는지 안타깝다.

이제 아이들은 다 자라 업을 일이 없어도 업어서 키우던 때를 생각하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조금은 먼 일이지만 손자들이 태어나면 포대기로 업어 주어 정서적 안정감과 편안함을 줘야겠다. K-POP이든 포대기든 우리의 좋은 것이 세계 속에서 새롭게 인식되어 코리안의 열풍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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