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일 없는' 17~19세 주민등록증
'쓸 일 없는' 17~19세 주민등록증
  • 송근섭 기자
  • 승인 2012.01.31 21: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 17세 발급 … 대부분 학생증·청소년증 사용
만 19세 성년때까지 방치·위변조 사례 잇따라

속보=청주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최모군(19)은 지난해 9월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다. 성인의 증표라고 생각했던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최군은 왠지 모를 뿌듯한 마음에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이를 자랑했다. 이를 지켜보던 같은 반 김모군(19)은 최군에게 "주민등록증을 가져와 보라"고 한 뒤 주민등록증을 훼손하기 시작했다. 최군이 항의하자 김군은 "어차피 쓸 일도 없는데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를 변조해서 담배 살 때 쓰자"고 꼬드겼다. 최군은 김군의 막무가내 행동에 화가 났지만 김군이 재발급수수료를 주겠다는 말에 결국 훼손된 주민등록증을 포기해야 했다.

이처럼 최근 청소년 사이에 위·변조된 주민등록증 악용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교육당국과 행정기관은 이를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주민등록법에는 주민등록이 된 자 중 17세 이상인 자에 대하여 주민등록증을 발급한다고 규정돼 있다.

법적으로 미성년이며 고등학생 신분에도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현행 법상 성년에 대한 기준은 민법은 만19세 이상, 근로기준법은 만 18세, 선거법은 만 19세로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주민등록증 발급과 법적 성년이 되는 시기의 공백이 발생하면서 청소년들이 주민등록증 발급과 동시에 성년이 된 것으로 착각, 이에 따른 주민등록증 오남용이 우려되고 있다.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법적 성년이 되는 만19세 이전에 청소년이 주민등록증을 사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주민등록법 제25조는 '17세 이상의 자에 대하여 성명·사진·주민등록번호 또는 주소를 확인할 필요가 있으면 증빙서류를 붙이지 아니하고 주민등록증으로 확인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의 경우 민원 등 서류를 접수하거나 신분확인 절차를 거칠 때 학생증을 제출해도 큰 제재를 받지 않는다.

또 청소년이 취업을 할 경우에도 근로기준법 제65조에 따라 가족관계증명서와 친권자·후견인의 동의서를 사업장에 제출하기 때문에 주민등록증을 제출해야 할 의무는 없다.

이처럼 법적 성년이 되기 전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청소년 대부분은 실제 사용하는 일 없이 보관만 하는 경우가 많다.

주민등록증을 훼손하거나 위·변조해도 별다른 죄책감이나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있다. 주민등록증 재발급이 필요할 경우 행정기관에 간단한 사유와 5000원만 제출하면 20일 이내에 재발급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등록증을 위·변조할 경우 형사 처벌을 받게 되지만 청소년의 경우 실제 처벌을 받는 사례가 드물어 이러한 악용 행위를 부추기고 있다.

청주의 한 고교 생활지도교사는 "고등학교 2·3학년때 주민등록증을 발급받는 학생들 대부분이 그 자체만으로도 성인이 됐다고 착각하는 것 같다"며 "교육과정이나 개인적 사유로 신분증명이 필요할 경우 학생증과 주민등록증의 혼용 사례가 많아 이를 악용하려는 학생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주민등록증 발급은 만 17세 이상 국민의 신분증명과 효율적인 인적관리를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학생증과 청소년증을 주로 사용하나 의무교육기간을 마치고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 등은 주민등록증으로 신분증명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만17세 이상 주민등록증 발급을 규정한 주민등록법은 1968년 부터 시행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