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육아 정부가 회피한다
가정육아 정부가 회피한다
  • 연지민 기자
  • 승인 2012.01.3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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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보내면 40만원 집에서 키우면 10만원 지원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가정엔 10만원의 보육비가 지원되고, 어린이집에 보낸 가정엔 40만원 가량의 보육비가 지원된다는 게 말이 되나요 그럼 도대체 누가 집에서 아이를 키우려 하겠어요. 일을 하지 않아도 모두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겠어요"

출산으로 휴직 중인 이미진씨(31)는 정부가 올 3월부터 시행할 영유아보육지원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이를 위해 고심끝에 직장도 포기하고 가정양육을 선택했는데 정부가 가정보다 보육기관에 전폭적인 지원정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육 지원대상자가 '어린이집 이용자'로 국한돼 있어 형평성에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씨는 "엄마의 품에서 자라야 할 어린 아이들을 정부가 앞장서 보육기관에 맡기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학교와 가정엔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정책은 보육기관만 배부르게 하고 있으니 뭔가 거꾸로가는 것 같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정부가 영유아 보육지원 정책을 양육가정보다 보육시설 위주로 펴면서 실질적인 영유아 육아정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정부는 만 0세부터 2세까지 영아는 부모의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0세는 39만4000원, 1세는 34만7000원, 2세는 28만6000원의 보육료를 매월 지원한다. 또 3~4세의 보육료도 소득 하위 70%에서 모든 계층에 지원함에 따라 만 3세는 19만7000원, 만4세는 17만7000원을 보육료를 지원받게 된다.

그러나 양육가정에는 12개월 미만인 경우 20만원, 24개월 미만인 경우 15만원, 36개월 미만은 10만원을 양육수당으로 지원한다.

이는 부모가 직접 아기를 키우는 양육보다는 보육시설에 대한 지원을 늘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겠다는 근시안적인 대책이라는 것이다.

물론 여성의 경제활동도 중요하지만 영유아 양육이라는 본질을 벗어나선 안되며 이를 위해서는 보육시설보다는 가정양육 지원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논리라면 모두 보육시설에 보내지 휴직하면서까지 가정양육을 하겠느냐는 것이며 이는 정부가 자녀양육의 최선의 조건인 가정양육을 외면하게 되는 꼴로 향후 집에서 직접 자녀를 양육하겠다는 가정은 없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가정보다는 시설에서 보육을 받고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정서는 부모와 가정이 그리 소중하지 않은 존재로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감도 크다.

직장인 신모씨(28·여·청주시 흥덕구 복대동)는 "보육비 지원은 찬성할 일이지만 벌써부터 어린이집 등록이 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는 등 앞으로 가정 내 양육 부재가 사회적 문제로 발생될 소지가 높다"며 "저출산 문제와 여성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보육비를 지원하겠다는 발상은 발등의 불만 끄겠다는 것이지 미래 대안적이거나 현실을 고려한 실질적인 지원과는 거리가 먼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보육기획과 담당자는 "이번 영유아보육지원 확대는 보육시설이나 가정양육의 양분적 관계가 아니라 저출산과 보육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라며 "모든 계층에 지원하면 좋겠지만 예산 등이 수반되어야 하는 만큼 점차적인 확대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문제다. 보육사업을 전 계층으로 확장해 나간다는 차원의 큰 틀에서 봐주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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