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마다 흥겨운 케럴 … 마음마다 정겨운 사랑
거리마다 흥겨운 케럴 … 마음마다 정겨운 사랑
  • 전영순 <수필가>
  • 승인 2012.01.26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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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순의 미국에서 온 편지

전영순 <수필가>

크리스마스 … 미국 연중 가장 큰 축제이자 행사

인종·민족·언어 장벽 넘어 하나되는 계기 마련

거리마다 크리스마스트리와 캐럴송이 울려 퍼지고 있는 가운데 29개국에서 온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마치 국제적인 회담이나 대행사가 열리는 분위기였다.

행사장 입구에서 이름을 확인한 후 명찰을 달고 지정된 테이블에 앉았다.

우리 가족은 무대 맨 앞에 있는 7번 테이블이다. 테이블 위에는 생화로 만든 크리스마스 장식과 촛불이 지정된 좌석의 이름표를 밝혀 주고 있었다. 무대와 행사장은 만국기와 크리스마스트리로 반짝거렸다. 참석한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젖어들고 있었다.

오늘 참석자들은 미국 문화와 영어를 가르치는 미국인 선생님들과 영어를 배우고 있는 외국인이다. 이곳에 참석한 외국인들은 ESL교실을 거친 사람들과 현재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과 그의 가족들이다.

미국의 문화가 크리스천들의 의해 형성되었고 그들에 의해 변화, 발전된 만큼 미국인들에게 있어서는 크리스마스가 연중행사 중 가장 큰 축제이자 명절인 것이다.

순서에 의해 먼저 가족사진 촬영을 했다. 사진촬영은 참석자들에게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무료로 제공되었다. 촬영이 끝나고 자리에 앉자 감미로운 목소리로 크리스마스 노래를 다 함께 불렀다. 음치인 나도 그동안 수업 중에 배운 노래를 무대에 나가 합창을 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아들은 엄마가 앞에 나가자 멋도 모르고 좋아서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학생들 중에는 재주꾼들이 많았다. 아랍에서 온 학생은 멋진 노래를, 중국에서 온 예쁜 여학생은 중국 악기 고쟁을 멋지게 연주해 기립박수까지 받았다.

장기자랑이 끝나자 한 선교사가 단상에 올라 오늘 이 자리가 마련된 동기와 아기 예수가 왜 이 땅에 오셨는지? 우리는 누구인지? 나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 우리의 존재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행사장 내 분위기는 자못 진지했다.

이야기가 끝나자 자리에서 모두 일어나 손에 손을 잡고 세계 평화와 인류의 안녕을 위해 기도했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온화한 표정을 잃지 않았다.

어디를 가나 우리는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오늘의 행사가 특별한 만큼 음식 또한 미국인들이 크리스마스 날 먹는 음식으로 준비되었다. 터키에서부터 50여 종류의 음식과 디저트까지 맛깔스럽게 준비되었다. 모두 이 행사를 진행하는 사람들이 손수 만들어 온 음식들이다.

한국의 연말연시 모임을 보면 대부분 밖에서 이루어지지만 이곳에서는 손수 만든 음식을 가지고 와 가족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보통 미국 음식하면 햄버거나 도넛, 핫도그 같은 정크 푸드를 떠올리는데 행사 때 가보면 의외로 건강식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마지막으로 이 자리에 참석한 외국인들은 자기 나라의 이름이 호명되면 일어나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를 각 나라 말로 소개했다. 한국이 소개되자 우리들은 "즐거운 성탄절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했다.

'세계는 하나'라는 구호를 이곳에서 실감한다.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나라와 인종의 경계가 불분명해 지고 있다.

이 행사를 주최한 사람들이 누구며 참석자들이 누군지 구분을 할 수 없다. 비단 오늘뿐만 아니라 미국 전체의 인구를 볼 때 외관상 주인이 누구며 손님이 누군지 알 수가 없을 만큼 다양한 민족이 모여 산다. 그만큼 자유가 보장되고 살기 좋은 나라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외국에 나오면 맨 먼저 실감하는 것이 언어의 장벽이고 둘째로 인종차별이다. 이것은 제아무리 유능하다 하더라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이다. 이 넓은 대륙이 평화로워 보이는 것은 그들의 따뜻한 미소와 친절이 있기 때문이다.

질서와 친절 정신적 문화가 허물어져 가는 우리의 현실에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은 어떤 인상을 받을까? 지구촌은 인종이나 민족의 경계가 점점 무너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가 선진국 국민이 되자면 경제적 위상이나 학력도 중요하지만 타인을 배려하는 질서와 친절 정신적 문화의식이 변화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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