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으며
새해를 맞으며
  • 이효순 <수필가>
  • 승인 2012.01.0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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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이효순 <수필가>

임진년(壬辰年) 새해가 밝았다. 2012년은 60년 만에 오는 흑룡(黑龍)의 해라서인지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의 화두에 오르내린다. 결혼식장의 예약도 빨리하지 않으면 힘들다는 말도 전해진다. 마케팅 쪽에서도 발 빠르게 많은 계획들이 세워지고 있다.

새해를 맞으면,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며 자기 나름대로 마음의 소원을 기원하며 계획을 세운다.

세월이 많이 흐른 탓인지 요즈음은 그런 것들이 차츰 희미해져 가는 느낌이 든다. 젊을 때는 설렘 속에 서울 종로 보신각의 서른세 번 울리는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아쉬움 속에 밤을 지새우며 새해를 맞았다. 지금 생각하면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닌데 어찌 그렇게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오래전부터 새해가 되어도 감각이 없고 한해가 가도 아쉬움이 없이 습관적으로 살고 있다. 살아가며 무디어지는 감정을 어떻게 추스를 수는 없을까? 이젠 주변부터 단순하게 정리해 나가고 싶다. 많은 계획을 세우면 힘이 부족하여 실천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는 먼저 내 건강을 위해 걷기운동을 정해 보자.

지난 12월부터 왼쪽다리 관절이 아프기 시작했다. 다리가 아픈 것은 내 몸에 체중이 증가되었다는 신호다. 과체중으로 인하여 운동이 꼭 필요함을 몸이 정확하게 말해 주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신경을 써서 운동을 시작 했다. 그러나 추우면 귀찮아 하지않게되고 그러면 다시 원상태가 되곤 했다. 내가 하는 운동은 돈을 들이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걷기운동이다.

모든 것을 뒤로하고 걷기 시작하면 되는데 왜 집중하지 못하고 마음의 갈등을 겪어야 하는지 야속하다. 다른 사람이 대신 할 수도 없고, 스스로 해결하고 감당해야 하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우리 집에서 가까운 흥덕사지 주변에 작은 둘레길이 조성되었다. 지난 가을 우연히 산책하러 갔을 때이다. 그 길은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마련이 되어있었다. 전에는 그곳을 갈 때마다 통제구역으로 정해져서 갈수 없었는데 매우 반가웠다. 며칠 전에 잎이진 나뭇사이의 둘레길을 가볍게 걸으며 맑은 공기도 마셔보았다.

임진년 새해에는 세운 계획이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해서 실천해보자. 비가 내리면 우산을 들고, 바람이 많이 불면 모자를 쓰고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위해 작은 발걸음을 떼어보자.

물론 사람의 생각으로는 많은 부분들을 해결할 수 없지만, 올해는 다른 목표 보다 먼저 내 체중 3kg 줄이는 것에 도전해보자. 살아가며 여러 가지 갈등이 있겠지만 노후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용이 승천하지 못하면 이무기가 된다고 한다. 그 갈림길에서 내 작은 발걸음을 흥덕사지로 옮겨보자. 맑은 바람과 공기. 나를 반기는 자연 속으로.

밝은 아침 해는 동쪽하늘에서 눈부시게 하루를 시작한다. 그 햇살 속에 내 작은 꿈을 심으며 건강한 모습으로 이웃에게 밝은 웃음을 나누어 주자.

새해를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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