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져 가는 생활도구 <20>
잊혀져 가는 생활도구 <20>
  • 충청타임즈
  • 승인 2006.03.3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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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롱불
아른 아른 흔들리는 불빛

새신부 두 뺨 붉게 물들었네

버들 늘어진 언덕위에 집을 짓고 정든 님과 둘이 살짝 살아가는 초가삼간, 밤이면 호롱불 밝혀놓고 살아온 내고향….’

지금 50대 이상의 어른들이라면 60∼70년대 가수 최정자씨가 불러 한창 인기를 끌었던 향토가요에 나오는 ‘호롱불’의 추억을 기억 하실 것이다.

호롱불은 ‘등잔불’을 발전시킨 것으로 나무상자를 사각으로 짜서 유리로 사면 벽을 달아 그속에 등잔을 얹혀 놓은 것으로 바람부는 밤길에 길잡이를 했던 기구다.

이것이 발전돼 양철판으로 모양을 만들고 기름통을 고정시켜 심지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한 뒤 둥근 유리로 바람막이를 한 호롱불이 나오기도 했다.

한낮에 온세상을 밝게 비춰주던 태양이 저녁이 되어 서산으로 지고나면 캄캄한 어둠이 밀려온다. 어둠은 사물을 구별할 수 없어 자연적으로 인간이나 동물의 활동이 멈춰지게 된다. 따라서 사람들은 어둠을 걷어낼 빛이 필요했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원시시대는 나무를 마찰시켜 불꽃을 만들고 나무에 불을 붙여 횃불처럼 만들어 어둠을 밝혔다.

그러다 좀더 오래타고 불의 밝기가 센 것을 찾다보니 소나무 광솔로 불을 밝히게 됐고, 문명이 발전하면서 아주까리나 콩기름처럼 식물의 기름을 이용하거나 동물의 기름을 이용한 등잔불이 생겨났다. 더 발전돼 기름을 굳혀 만든 ‘촛불’이 생겨났다.

등잔도 처음에는 접시나 종지에 기름을 붓고 한지나 무명실을 여러겹 꼬아 ‘심지’를 만들어 불을 붙이면 심지가 기름을 빨아들여 장시간 태울수 있으니 등잔이 다양하게 발전했던 것이다.

등잔을 받침대 위에 높이 올려 놓으면 보다 먼곳까지 불빛이 비쳐 아낙네들은 바느질하고 남정네들은 새끼꼬고 아이들은 책을 읽을 수도 있었다.

오늘날과 같이 밝은 전깃불에 비하면 보잘것 없는 약한 불빛이지만 중매장이에 의해, 부모님간의 혼담결정으로 얼굴한번 보지 못하고 결혼을 한 신랑에게 첫날밤 등잔불에 비친 신부의 얼굴이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상상을 해보라. 아른거리는 등잔불빛 속에 비친 사물은 신비롭기도 하다.

첫눈 내리는 밤, 초가집 사접문 밖에 나와 가물거리는 호롱불을 손에 들고 출타한 낭군을 기다리는 아낙과, 늙은 어머님이 학교에서 늦은 공부를 하고 둘아오는 자식을 기다리는 모습은 상상 만으로도 코끝이 찡하고 거룩해 보인다.

하얀 사기종지 속에 석유를 담고 무명실로 여러겹 꼬은 심지로 기름을 빨아 올려 불을 밝히는 등잔불. 할아버지의 등잔은 나무조각으로 멋을 냈고 안방과 건넌방, 사랑방, 방마다 등잔이 있음은 물론이고 몇개씩 여분도 준비하는게 보통이었다.

등잔불은 우리 조상들의 생활의 반려자였고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필수품이었다.

대낮같이 밝은 전깃불 속에 등잔의 추억은 가물거리는데 어느 문학가는 글속에 등잔불을 특징 있게 표현했다.

즉 불을 붙일때 ‘밝’하고 불이 붙으면 ‘밝으레 밝으레’ 심지가 타들어가면 ‘푸시시 푸시시’ 소리나고 연료가 떨어져 꺼질때는 ‘폴싹’소리를 내며 꺼진다고 표현했다.

등잔불 속에서 이루어지던 옛날의 정경을 들춰 보면 재미난 일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아! 등잔불의 낭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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